목차
▪️10대 30%가 우울할 때 찾는 AI 챗봇, 정서 의존의 경고 신호
▪️다정한 AI의 함정, 아이가 입력한 민감정보는 누가 책임지나
▪️억지 일기 대신 상상 이야기 쓰기, 자아성찰을 이끄는 창작의 힘
▪️프라이버시와 자존감을 지켜주는 안전한 소통, 가족 이야기 문화
▪️기계를 이기는 고유한 상상력, AI 시대 주체성을 기르는 부모의 역할
▪️그래프1: 초록우산 조사: 청소년 생성형 AI 챗봇 이용 실태
▪️[전문 용어 사전]
▪️[칼럼니스트 소개]
▪️[함께 읽으면 좋을 기사]
10대 30%가 우울할 때 찾는 AI 챗봇, 정서 의존의 경고 신호
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 Commissioner)이 10~17세 청소년 1,9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어시스턴트나 컴패니언을 써본 청소년 중 54%가 상황 조언, 신체 건강, 감정, 정신건강, 일상 잡담 등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목적으로 AI를 이용했다. 이는 결코 소수 아이들의 일탈이 아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자. 늦은 밤, 굳게 닫힌 아이의 방 안에는 스마트폰 화면의 창백한 불빛만 일렁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답답한 마음을 안고 아이가 켠 화면은 일기장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대화창이다.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초록우산 조사에 따르면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의 32.3%가 힘들거나 우울할 때 AI와 대화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기계에 의존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2026년 3월 9~23일, 만 14세 이상 청소년 3,300명 대상. 위험 질문 관련 응답은 위험 질문 경험자 기준.
다정한 AI의 함정, 아이가 입력한 민감정보는 누가 책임지나
이러한 현상을 목격한 부모들은 당혹감에 휩싸여 아이를 다그치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이 AI를 찾는 현실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 부모가 조금이라도 바빠 보이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눈치를 살핀다.
혹여 자신의 사소한 고민 때문에 부모가 부담을 가질까 염려하고, 작은 문제가 커져 결국 잔소리로 되돌아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히 털어놓을 대화 창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친구나 게임에 빠지다 못해 이제는 언제든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신을 탓하지 않는 AI에게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AI의 정서적 위험을 경고하며 어떻게든 사람과의 대화로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연히 옳은 방향이지만, 현실에서 아이의 복잡한 속마음을 편견 없이 귀담아들어 줄 어른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AI의 작동 방식에는 중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른들에게 AI는 방대한 지식으로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AI는 감정을 지닌 인격체가 아니며, 인간이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도출해 내는 기계일 뿐이다. 자신이 내놓은 조언이나 대화 결과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네는 그 내밀한 정보들이 기업의 서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호주 조사에서는 AI 이용 청소년의 32%가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고, 한국 조사에서도 건강과 정신 상태를 입력했다는 비율이 23.9%, 개인적인 비밀을 입력했다는 비율이 15.9%에 달했다.
자신을 헌신적으로 지지해 준다고 믿는 대상이 실제로는 아이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학습 자원으로 이용하는 알고리즘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부모가 먼저 AI의 기계적 속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아이에게 도구와 사람의 차이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AI 챗봇과 소통하는 아이와,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부모를 묘사한 일러스트.
억지 일기 대신 상상 이야기 쓰기, 자아성찰을 이끄는 창작의 힘
그렇다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무작정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속마음을 일기로 다 써보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오히려 강한 반발과 깊은 침묵을 부른다.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발가벗겨 드러내는 것에 반감을 갖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훌륭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상상 이야기 쓰기'다.
필자는 지난 25년간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를 만나, 스스로 상상한 이야기를 기획하고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연구하고 지도해 왔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발견한 놀라운 진실이 있다. 아이들은 거짓말로 꾸며낸 황당한 상상 이야기를 쓰면서도, 그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자신의 실제 고민, 결핍, 억눌린 감정, 일상의 생생한 경험을 아주 자연스럽게 투영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억지로 유도하지 않아도, '이야기'라는 안전한 장치를 거치며 현실에서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마음껏 펼쳐내는 것이다. 소설가들이 허구의 문학에 진실을 녹여내듯이.
이처럼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 내면에 고유한 세계가 생겨나고 끝없이 확장된다. 주인공을 통해 하고 싶은 모든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동안, 켜켜이 쌓였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나아가 대단치 않은 이야기라도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완성해 내는 순간 찾아오는 거대한 성취감은 자존감을 크게 끌어올리며, 다음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낙서같은 창작의 캔버스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안전한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동시에 부모는 아이가 지어낸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굳이 캐묻지 않아도 그 안에 깃든 진짜 생각과 감정의 실마리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완성품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기에 과정이 솔직하고, 결국 그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훌륭한 세계관이 된다.
프라이버시와 자존감을 지켜주는 안전한 소통, 가족 이야기 문화
이러한 창작의 마법은 교육 현장을 넘어 가정 안에서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거창한 문학 수업이나 뛰어난 글솜씨가 필요한 것이 결코 아니다.
아이가 노트를 펼쳐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부모 역시 잠시 시간을 내어 곁에 마주 앉아 짧게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대단한 줄거리를 짤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의 상상 속 주인공을 내세워 다양한 가상 경험을 지면에 풀어놓는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매우 깊은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 간에 서로의 사생활과 자존감을 완벽하게 지켜준다는 점이다. 부모는 아이의 비밀을 억지로 파헤치지 않아도 되고, 아이는 취조당하는 기분 없이 부모 곁에서 안전하게 마음을 기댈 수 있다. 또한 서로의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목소리와 표정으로 전달되는 온기는 인간들만이 주고 받는 행복감이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존중하면서도 가장 깊은 곳의 마음을 주고받는 지혜로운 대화법이다. 이것이 한 가정의 일상적인 문화로 튼튼하게 자리 잡을 때, 아이는 비로소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 현실의 따뜻한 품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란히 앉아 상상 이야기를 공책에 쓰며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는 부모와 아이를 묘사한 일러스트.
기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유한 상상력, AI 시대 주체성을 기르는 부모의 역할
어른들의 역할은 무조건적인 통제와 감시가 아니다. 일상에서 늘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AI가 훌륭한 도구지만 결코 책임지지 않는 기계라는 특성을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고 다정한 어조로 맞춤형 위로를 건네더라도, 아이에게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굳건한 자기 생각이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자신의 세계를 주도적으로 창조하고 이야기로 확장시켜 본 아이는 화려한 AI의 말솜씨 앞에서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오늘 저녁,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점검하는 대신 깨끗한 빈 공책 한 권을 함께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각자의 주인공을 세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 정겨운 시간이, 인공지능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아이의 자아를 지켜줄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전문 용어 사전]
▪️ AI 어시스턴트: 정보 검색, 학습, 글쓰기 등 과업 수행을 돕도록 설계된 생성형 AI 도구.
▪️ AI 컴패니언: 우정, 관계,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설계된 대화형 AI 서비스.
▪️ 민감정보: 건강, 정신 상태, 개인 비밀처럼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
▪️ 방어기제: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불안이나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대처 방식.
▪️ 보호자 통제: 자녀의 AI 이용 시간, 기능, 설정 등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관리하는 방식.
[칼럼니스트 소개]
책마법사(최상희)는 상상하는 인간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스토리 아티스트이자 언론인이다. 2001년부터 아날로그 창작 교육과 북아트를 통해 상상력의 가치를 탐구해 왔으며, 2023년부터는 생성형 AI와 새로운 창작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The Imaginary Pocus를 창간해 '상상하는 인간 중심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작,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기록하며 시사와 문화, 기술을 잇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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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활용 고지: 본 표는 The Imaginary Pocus의 기획과 편집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공식 문서·학술자료를 검토해 구성했으며, 자료 구조화와 표·이미지 제작 과정에 NotebookLM과 Gemini를 활용했습니다. 최종 내용의 사실 확인과 편집 책임은 The Imaginary Pocus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