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질의에서 이광재 위원장이 날카롭게 짚어낸 한국 농업 비효율성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뼈아픈 반성과 즉각적인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막대한 국가 재정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대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은, 책상머리에 앉은 정책 입안자들과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 농민들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여실히 방증한다. 이 위원장은 한정된 영토 속에서도 세계적인 농업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네덜란드와의 구체적인 객관적 수치 비교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농업 구조가 얼마나 깊고 어두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지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질타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식량 안보와 직결된 국가 기반 산업 전체의 대대적인 혁신을 촉구하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농업 경쟁력 저하의 가장 뚜렷하고 뼈아픈 민낯은 글로벌 무역 성적표인 수출 지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질의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된 바에 따르면,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불과 8만여 농가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를 가지고도 한 해 약 1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농식품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100만 가구라는 거대한 농업 인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식품 수출액은 고작 10조 원(약 68억 달러) 안팎의 초라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형국이다. 농가 가구 수에서는 십수 배가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성과에서는 오히려 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생산성 격차는 개별 농민들의 근면성이나 기술력 부재라기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낙후된 국내 농산업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명확히 시사한다.
더욱 심각하고 절망적인 부분은 막대한 국민의 혈세 투입이 실질적인 농가 체질 개선이나 자생력 확보로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는 낡은 농정 시스템의 한계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집행하는 한 해 예산 규모는 20조 원을 상회하는 엄청난 액수다. 매년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농촌 현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농가의 부채 비율은 의미 있는 하락세 없이 정체되어 있으며 구조적인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 농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은 이미 임계점을 돌파한 지 오래다. 실제 현장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심으라고 권장하는 작물을 피하고, 정반대로 심어야만 농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통용될 정도로 정부의 수요 예측 능력은 신뢰를 상실했다. 시장을 정확히 읽어내고 농민들을 안전한 길로 이끄는 든든한 나침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가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리스크 요인을 가중시키는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이러한 총체적 정책 실패의 이면에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는 국가적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빈약하고 낙후된 정보 관리 체계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현대 글로벌 농업은 기후 변화부터 소비 트렌드까지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첨단 예측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관계 당국은 농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국 종묘사들의 씨앗 및 묘목 판매량조차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지역의 농경지에 특정 작물이 얼마나 파종되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 확보조차 불가능하다 보니, 매년 배추, 무,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어 밭을 갈아엎거나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초고속 인터넷 망이 전국에 촘촘히 깔려 있고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첨단 기술 국가에서, 주먹구구식 통계와 낡은 감에만 의존하는 원시적인 농업 행정이 여전히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 당국자들의 지독한 직무 유기다.

시스템의 후진성과 더불어 행정의 비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또 다른 핵심 원인은 기형적으로 팽창한 관련 공공 기관과 단체들의 비대한 인력 구조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농식품부 본부 인력 약 700여 명을 필두로 농촌진흥청 소속 1,000여 명, 전국 각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 그리고 전국적으로 1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인 농협, 축협, 산림조합 임직원까지 모두 합치면 그 규모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 방대한 숫자의 공직자와 관련 기관 직원들을 전국 100만 농가에 이른바 학교 '담임 선생님'처럼 1대1 전담으로 매칭하더라도, 직원 한 명당 맡아야 할 농가가 불과 몇 가구 되지 않을 만큼 관리 인력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막대한 조직 인건비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생산성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는 농업 관련 거대 조직의 외형만 비대해졌을 뿐, 실질적인 현장 지원 역량과 미래를 향한 혁신 마인드는 철저히 결여된 관료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벼랑 끝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 처방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구조적 체질 개선과 미래 산업으로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통찰력 있게 언급했듯이, 거대한 블랙홀 같은 소비 시장인 중국을 바로 옆에 이웃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전략적 지리적 이점은 우리 농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이라는 1차 산업의 굴레를 벗어나, 미래 바이오산업과 최첨단 애그테크(AgTech)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 위주의 낡은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정밀한 기후 예측과 수급 조절이 가능한 빅데이터 기반의 첨단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 중간 마진을 없애는 투명한 유통 구조 혁신, 그리고 고부가가치 농생명 산업 육성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방만한 조직을 뼛속까지 혁신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농업은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발행인/기자 (presscenter_of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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