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개혁'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어버린 채 정권의 필요에 따라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경제 분야 예산결산소위원회 및 부별 심사 현장에서는 충북 제천·단양 출신의 엄태용 의원이 이 같은 현상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매서운 질타를 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엄태용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개혁을 부르짖다가 권력 기관의 비대화를 핑계로 경찰 개혁을 검토하고, 사법부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법 개혁을 외치는 식의 권력 입맛 맞추기식 개편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지율이 하락하면 언론 개혁의 칼날을 꺼내 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개혁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정치적 방패막이로 전락해 완전히 오염되고 희화화되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해야 할 행정 개혁이 단기적인 정치적 유불리와 지지층 결집용 도구로 소비되는 현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행정 시스템의 신뢰를 먹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더 이상 이러한 무원칙한 개혁 드라이브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엄태용 의원의 준엄한 경고는 정가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헛발질 속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심각한 정책 실패는 단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그릇된 인식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국회 심사 현장에서 엄태용 의원은 연초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국토부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정부가 정책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공언하고 나선 것은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무지함의 소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아서 인위적인 규제나 압박으로 억누른다고 해서 굴복하지 않으며, 오히려 풍선효과와 공급 위축이라는 거센 역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제 관료들조차 마지못해 시장과 함께 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뿐, 정권의 입김에 밀려 시장 경제의 냉혹한 진실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가격과 거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은 결국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작용만 양산해 왔으며,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정책은 예외 없이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거세게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공신력 있는 단체의 통계 자료와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진보 정권이 집권했을 때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극심한 혼란을 겪었는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엄태용 의원이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17번에 달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80% 가까이 폭등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무려 28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가격이 100%를 넘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짓밟았다. 반면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기능을 존중했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진보 좌파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예외 없이 집값이 가파르게 폭등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의 속성을 철저히 무시한 채 무차별적인 규제와 징벌적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 시장을 옥죄려 한 관권 중심의 정책 실패에 있다.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결국 무주택 서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인재(人災)였음이 객관적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정통 경제 관료들이 시장의 속성과 수요 공급의 법칙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논리에 갇힌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엄태용 의원은 이제라도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서 벗어나 시장 순응적인 경제 정책으로의 과감한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무조건적인 규제와 세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예측 가능한 세제 개편과 금융 지원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부작용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쓴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념의 안경을 벗어던진 채 냉철한 경제 논리로 돌아와야 할 때다. 정부가 시장 위에 군림하려 들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죄 없는 국민들이며,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교하고 유연한 정책 설계만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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