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힘든 농촌 어르신들…‘찾아가는 진료+원격협진’이 의료공백 메울까

의과 공보의 2025년 945명→2026년 587명…농어촌 보건지소 진료인력 감소

보건진료소·순회진료에 의료인 간 원격협진 결합…필요하면 의료기관으로 연계

원격 전문의 연결돼도 검사·처치·입원 필요한 환자의 대면진료까지 대신할 수 없어

병원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농어촌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보건진료소와 순회진료, 의료인 간 원격협진을 연결하는 지역의료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2025년 945명에서 올해 587명으로 줄어든 가운데 정부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과 순회진료를 활용하고, 현장 의료인이 원격지 의사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협진체계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원격협진은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 비대면으로 진료받는 ‘비대면진료’와 다르며 대면진료 자체를 대체하는 방식도 아니다.

 

농촌 의료 연계와 원격협진 흐름도를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공보의 945명에서 587명으로…농촌 진료인력 감소

농어촌 의료 문제는 병원이 멀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 가까이에서 진료를 담당해 온 공중보건의사 자체가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면 의과 공보의는 2025년 945명에서 2026년 587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공보의 감소에 대응해 의료취약지에 인력을 우선 배치하는 한편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순회·파견진료, 비대면진료와 원격협진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3월 대책 당시에는 200개 보건지소에서 보건소에 배치된 공보의가 주기적으로 순회진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이는 당시 지자체가 제출한 자체 계획을 토대로 한 수치여서 실제 운영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보건진료소에서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원격협진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일차적인 진료와 건강관리를 맡는 시설 가운데 하나가 보건진료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진료소는 1,894곳이다. 

이곳에서는 의사 배치가 어려운 지역에서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관련 법률에 따라 허용된 범위의 의료행위를 수행한다.

 

공보의가 줄면서 보건진료소의 기능을 인접 보건지소로 확장하는 방식도 도입됐다. 

정부는 4월 말 기준 보건진료소와 인접한 160개 통합형 보건지소에서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의료 문제가 생기면 떨어져 있는 의사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는 원격협진을 활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협진을 의료취약지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의료지식과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이를 농촌 주민의 의료 이용 흐름으로 풀어보면 ‘가까운 보건진료소 등에서 일차적인 진료·건강관리→필요한 지역의 방문·순회진료→현장 의료인과 원격지 의사의 협진→추가 검사·처치·입원 등이 필요하면 적절한 의료기관 연계’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전국 모든 지역이 반드시 같은 순서로 운영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별 의료자원과 환자 상태, 참여기관에 따라 진료와 협진, 의료기관 연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6월부터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도 추진

정부는 원격협진을 실제 지역보건의료 체계에 활용하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사업기간은 2026년 6월 8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제시됐다.

 

통합형 보건지소에서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제공하는 진료에는 보건진료소 기준의 방문당 수가를 적용한다. 

통합형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의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환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의사와 비대면협진을 하면 협진 의료기관에도 별도의 자문료 수가를 적용한다.

 

이는 공보의가 줄어든 농어촌에서 보건진료소와 보건지소의 진료 기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경우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비대면진료와 원격협진, 비슷해 보여도 다르다

농촌 의료에서 특히 구분해야 하는 것이 ‘비대면진료’와 ‘의료인 간 원격협진’이다.

 

비대면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떨어진 상태에서 진료하는 구조다. 

정부는 농어촌 고령자가 혼자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건소 간호사나 보조인력이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필요하면 옆에서 돕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원격협진의 기본 구조는 현장 의료인과 원격지 의료인 사이의 협진이다. 

현장 의료인이 환자를 살피면서 멀리 있는 의사 등에게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기술을 지원받는다.

 

따라서 보건진료소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형태의 ‘원격진료’로 묶어 설명하면 두 제도의 차이가 흐려진다. 

환자와 의사가 직접 진료관계를 형성하는지, 현장 의료인과 원격지 의료인이 협력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원격협진 이용자 10명 중 9명이 70대 이상

실제 의료취약지 원격협진은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4년 원격협진 서비스 이용자 196명과 제공자 200명 등 모두 396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용자의 90.3%가 70대 이상이었다.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복합질환자는 69.4%였다.

 

고령층이 많은 농어촌에서는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뿐 아니라 이동 자체가 진료를 받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사에서도 이용자의 90.8%가 원격협진이 병원 방문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1회 이용 시 병원 방문시간은 평균 2시간21분, 의료비는 평균 2만6789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 만족도는 85.2점, 향후 이용 의향은 87.0점이었으며 93.9%는 지역 내 원격협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농촌 주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시간과 의료비 수치는 원격협진 서비스 이용자 19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거주지역과 의료기관까지의 거리, 질환과 이동수단 등에 따라 실제 부담 감소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원격 전문의 연결돼도 대면진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격협진의 역할에는 분명한 범위가 있다.

 

현장 의료인이 원격지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진료 방향을 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시행할 수 없는 검사나 처치까지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상검사나 정밀검사, 수술과 입원치료 등이 필요하다면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연계해야 한다. 

응급상황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원격협진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의료’라기보다 가까운 지역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살피면서 필요할 때 다른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을 연결하는 수단에 가깝다.

 

정부도 원격협진 하나만으로 농촌 의료공백에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 

공보의 우선 배치와 순회·파견진료, 보건진료전담공무원 활용, 비대면진료와 원격협진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결국 농촌 고령층에게 중요한 것은 의료서비스가 대면인지 원격인지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일상적인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고, 그곳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견되면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공보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건진료소와 순회진료, 원격협진은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를 대면진료나 지역 의료인력을 대신하는 체계로 보기보다는 지역의 일차의료와 전문진료 사이의 빈틈을 연결하는 보완 수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작성 2026.09.01 17:15 수정 2026.09.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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