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거나 TV 음량을 높이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해지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노인성 난청은 대체로 양쪽 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돌발성 난청은 수시간에서 수일 사이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명이나 귀가 꽉 찬 듯한 느낌,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어 평소와 다른 갑작스러운 청력 변화가 있다면 신속하게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서서히 안 들리는 노인성 난청, 갑자기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
노인성 난청과 돌발성 난청은 모두 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문제지만 발생 양상이 다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달팽이관의 유모세포와 청신경 등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청력이 떨어지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갑자기 발생하기보다 양쪽 귀의 청력이 점차 저하되는 특징이 있다.
초기에는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능력이 먼저 떨어질 수 있다. 비슷한 말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거나 시끄러운 곳에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고, TV나 라디오의 음량을 이전보다 높이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난청은 고령층에서 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노인성 난청’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2019~2023년 청각검사 결과에서 순음청력평균치가 40dB보다 큰 중등도 이상 난청 유병률은 60대 남성 20.9%, 여성 12.4%였고 70대 이상에서는 남성 52.9%, 여성 40.7%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청이 흔하다는 사실이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까지 노화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속도부터 다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일반적으로 3개 이상의 연속된 주파수에서 30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72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를 돌발성 난청으로 설명한다.
세브란스병원도 수시간에서 2~3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 증후군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하다면 청력 변화 확인
돌발성 난청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느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한쪽 귀의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평소와 다르게 먹먹해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명이 새로 생기거나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가 난청보다 이명이나 어지럼증을 주된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귀에 물이 들어갔거나 귀지가 막힌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평소에도 청력이 좋지 않았던 시니어라면 “나이가 들어 더 안 들리는 것 같다”며 변화를 지나칠 가능성도 있다.
구분할 때 중요한 것은 ‘갑작스러운 변화’다.
평소보다 한쪽 귀가 뚜렷하게 덜 들리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좌우 귀의 차이가 갑자기 느껴지고, 여기에 이명이나 먹먹함이 새로 나타났다면 청력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수개월이나 수년에 걸쳐 양쪽 귀가 비슷하게 조금씩 나빠지고, 높은 음이나 말소리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양상은 노인성 난청에서 흔히 나타난다.
다만 증상만으로 난청의 종류를 스스로 확정할 수는 없다.
귀가 막힌 것인지 청신경 문제인지 검사로 구분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모두 돌발성 난청인 것은 아니다.
귀지가 외이도를 막거나 중이염 등으로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청력이 떨어지는 전음성 난청도 있다.
돌발성 난청은 달팽이관이나 청신경 등 소리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에 해당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생겼을 때는 우선 전음성인지 감각신경성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임상진료지침도 갑작스러운 난청 환자를 처음 평가할 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을 구별하도록 권고한다.
청력검사는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검사다.
진료 과정에서는 귀와 고막 상태를 확인하고 순음청력검사 등으로 어느 주파수에서 어느 정도 청력이 떨어졌는지 살핀다.
필요하면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청신경 주변을 포함한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조금 기다려 보자’보다 신속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
돌발성 난청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진료 시점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돌발성 난청을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응급 질환으로 설명하며,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국제 임상진료지침에서도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발생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청력검사를 시행하고, 늦어도 증상이 시작된 뒤 14일 이내에는 검사를 통해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초기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증상 발생 2주 이내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여기서 ‘2주’라는 숫자를 병원 방문을 미뤄도 되는 기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치료 방법과 시점은 난청의 정도, 동반 질환, 환자의 상태 등을 의료진이 판단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발생했다면 며칠 동안 스스로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적절하다.
특히 한쪽 또는 양쪽 귀의 청력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이전과 다른 이명·귀 먹먹함·어지럼증이 청력 변화와 함께 나타난 경우라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치료도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
돌발성 난청 치료에는 스테로이드가 주로 사용된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지침은 증상이 시작된 뒤 2주 이내에 초기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초기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상 발생 2~6주 사이에 고막 안쪽으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고실 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가 모든 환자의 청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의료진이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나 혈액순환제 등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국제 임상진료지침은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나 혈전용해제, 혈관확장제 등을 일률적으로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나이 들어 잘 안 들리는 것과 ‘갑자기 안 들리는 것’은 다르다
시니어에게 난청은 드문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와 다른 청력 변화를 노화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노인성 난청은 대체로 양쪽 귀에서 서서히 진행하고 높은 음이나 말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이 먼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돌발성 난청은 수시간에서 수일 사이에 갑작스럽게 청력이 저하되고 한쪽 귀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명과 귀 먹먹함, 어지럼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두 질환을 정확히 구별하는 일이 아니다.
평소와 달리 갑자기 청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제까지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거나 한쪽 귀가 뚜렷하게 먹먹해지고 이명 등이 새로 나타났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기다리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상태와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