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진행성 위암의 1차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됐다. HER2를 겨냥한 표적치료제에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종양학 기업 비원 메디신스(BeOne Medicine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의 면역항암제 테빔브라(성분명 티슬렐리주맙)를 지헤라(자니다타맙) 및 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을 HER2 양성 진행성 위식도 선암종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 대상은 HER2 양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위식도접합부암·식도 선암종 성인 환자다.
이번 승인으로 HER2 양성 진행성 위식도 선암종에서는 기존 HER2 표적치료와 화학요법에 더해 HER2 표적치료·면역항암치료·화학요법을 결합하는 새로운 1차 치료 전략이 추가됐다.

HER2 양성 위암은 무엇이 다른가
HER2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일부 위암이나 위식도 선암종에서는 암세포 표면에 HER2가 과도하게 발현되는데, 이를 HER2 양성 암으로 분류한다.
HER2 양성 여부는 치료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 가운데 하나다. HER2가 많이 발현되는 암에서는 이 단백질을 겨냥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병용요법에 포함된 지헤라(자니다타맙)는 HER2의 서로 다른 두 부위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이중특이성 항체다. 암세포 표면의 HER2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비원 메디신스의 테빔브라(티슬렐리주맙)는 PD-1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데 이용하는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승인된 병용요법은 암세포의 HER2를 직접 겨냥하는 표적치료와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면역항암치료, 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전략이다.
생존기간 26.4개월…기존 치료군은 19.2개월
FDA 승인의 근거가 된 것은 글로벌 3상 임상시험 ‘HERIZON-GEA-01’이다.
이 연구에는 HER2 양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위식도접합부·식도 선암종 환자 914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자니다타맙·티슬렐리주맙·화학요법 병용군, 자니다타맙·화학요법 병용군, 기존 치료인 트라스투주맙·화학요법 병용군 등 세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그 결과 자니다타맙·티슬렐리주맙·화학요법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26.4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트라스투주맙·화학요법 치료군은 19.2개월이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하기까지의 기간 중앙값은 새로운 병용요법군이 12.4개월, 기존 치료군이 8.1개월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됐다.
PD-L1 음성 환자에서도 치료 혜택 관찰
이번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부분은 PD-L1 발현 상태와 관계없이 치료 혜택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PD-L1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거나 치료 전략을 결정할 때 활용되는 바이오마커 가운데 하나다.
HERIZON-GEA-01에서는 PD-L1 음성 종양을 포함한 여러 환자 하위군에서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이 관찰됐다.
PD-L1 음성 종양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자니다타맙·티슬렐리주맙·화학요법 병용군에서 29.7개월, 기존 치료군에서 15.8개월이었다.
FDA 역시 이번 병용요법의 승인 대상을 PD-L1 발현 여부로 제한하지 않았다.
다만 HER2와 PD-L1은 서로 다른 바이오마커다. 이번 치료에서는 HER2 양성 여부가 치료 대상 선정의 기본 조건이며, 해당 환자에서는 PD-L1 상태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됐다는 의미다.
모든 위암 환자가 치료 대상은 아니다
새로운 병용요법이 승인됐다고 해서 모든 위암 환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FDA 승인 대상은 HER2 양성으로 확인된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위식도접합부·식도 선암종 성인 환자의 1차 치료다.
따라서 치료법을 결정하기 전에 암 조직에서 HER2가 어느 정도 발현되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중요하다.
이는 암이 발생한 장기와 병기만으로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암세포가 가진 분자적 특성을 확인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 효과만큼 부작용도 살펴봐야
생존기간 개선과 함께 안전성도 치료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다.
임상시험에서 자니다타맙·티슬렐리주맙·화학요법 병용치료의 안전성은 대체로 각 치료제에서 알려진 안전성 특성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설사와 오심, 빈혈, 식욕 감소, 구토, 호중구 감소, 저칼륨혈증, 피로, 발진, 혈소판 감소, 말초신경병증, 주입 관련 반응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테빔브라와 같은 면역항암제에서는 폐렴, 대장염, 간염, 내분비질환, 신염과 신기능 장애, 피부 이상반응 등 중증 면역매개 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법의 의미를 생존기간 연장이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평가하기보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동반질환, 예상되는 이상반응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존기간 26.4개월’ 모든 환자가 26개월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26.4개월이라는 결과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 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가 26.4개월 생존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절반이 생존해 있는 시점을 나타내는 통계적 지표다.
개인의 치료 결과는 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건강상태, 치료 반응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임상 결과의 핵심은 새로운 병용요법을 사용한 환자 집단에서 기존 치료군과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미국 FDA 승인…국내 적용은 별도로 확인해야
이번 결정은 미국 FDA의 승인이라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미국에서 새로운 치료법이 승인됐다고 해서 국내 환자가 곧바로 동일한 적응증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실제 사용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범위와 적응증,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또 이번 결과만으로 새로운 병용요법이 모든 HER2 양성 위암 환자에게 기존 치료보다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종양 특성, 치료에 따른 이득과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FDA 승인은 HER2 양성 진행성 위식도 선암종의 1차 치료가 기존 HER2 표적치료와 화학요법 중심에서 HER2 표적치료·면역항암치료·화학요법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암의 종류와 병기뿐 아니라 HER2와 같은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