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의 SNS 이용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사용 금지’에서 플랫폼과 학교, 가정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가정의 관리 영역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플랫폼의 책임과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청소년스마트폰프리운동본부와 국회 강경숙·김남국·김용태·김준혁·김재원·부승찬 의원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이 참석해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과의존 현상을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연령을 기준으로 SNS 이용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발달 특성과 생활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청소년 SNS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SNS 이용이 청소년의 수면과 정신건강, 대인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플랫폼의 수익 구조와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는 알고리즘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SNS에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위축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언급하고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사이버폭력이나 부정적인 기록이 지속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불안도 문제로 제시했다.
진료 현장에서 접한 사례도 소개했다.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오지 않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학생과 게임 이벤트 참여를 위해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 사례를 들며 스마트폰과 SNS 이용이 일부 청소년에게는 학교생활과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 방식에서는 일률적인 차단보다 플랫폼이 보다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청소년 계정의 야간 알림을 제한하고 자동재생 및 추천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비롯해 연령 확인 체계를 강화하고 성착취물 등 유해 콘텐츠의 노출을 차단하는 안전설계 의무화 방안을 제안했다.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 역시 실제 효과를 확인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소년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하는지 살펴보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와 가정의 역할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임민택 경기 포천 삼성중학교 교장은 국가와 학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강조했으며, 강혜연 의정부 신동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디지털 환경에 대한 예방교육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정에서도 부모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현미 폰프리스쿨추진단 학부모단장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노출하는 알고리즘과 도박광고, 음란 콘텐츠, 사이버폭력 등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보희 평택여자고등학교 학생은 SNS 이용을 제한하기에 앞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대신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SNS 이용을 제한하는 것 자체보다 제한 이후 청소년의 일상과 여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소년이 실제 생활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차단하는 접근보다 건강한 디지털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민석 경기교육감은 이번 토론회가 규제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주체적이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경기교육청은 논의된 내용을 ‘폰 프리 스쿨’ 정책과 연계할 계획이다. 학교 구성원이 스마트폰 사용 원칙을 함께 정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시간을 독서와 예술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번 논의는 청소년 SNS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부모의 통제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플랫폼의 서비스 설계와 학교의 교육환경, 가정의 지도, 청소년 스스로의 디지털 역량을 함께 살펴야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SNS 이용을 둘러싼 정책은 보호와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이용 행태와 개인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얼마나 사용했는가’만을 따지는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동시에 플랫폼이 청소년에게 보다 안전한 이용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학교와 가정에서는 청소년이 디지털 환경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청소년 SNS 규제를 둘러싼 앞으로의 논의 역시 단순한 금지 여부를 넘어 플랫폼 책임, 학교 예방교육, 가정의 지원, 청소년 참여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