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부터 골절, 폐질환, 암, 응급질환 진단까지 의료현장에서 X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접하는 일은 흔하다. 특히 CT는 몸속을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 여러 질환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검사가 늘면서 의료방사선 노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CT를 자주 촬영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피폭이 걱정된다면 필요한 검사도 피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이 28일 발표한 ‘2025년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를 보면 지난해 국내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총 4억3159만 건으로 집계됐다. 국민 1인당 평균 8.4건으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의료방사선 검사는 X선을 이용해 골절이나 질환을 진단하고 암을 검진하거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는 영상의학검사를 말한다.

5년 사이 검사 29.6% 증가…1인당 6.4건에서 8.4건으로
의료방사선 검사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3억3313만 건이었던 검사 건수는 2025년 4억3159만 건으로 29.6% 늘었다. 국민 1인당 검사 건수도 같은 기간 6.4건에서 8.4건으로 2건 증가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피폭선량도 증가했다. 국민 1인당 피폭선량은 2021년 2.64mSv(밀리시버트)에서 지난해 3.24mSv로 0.60mSv 늘어 5년 동안 22.6%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기술 발전과 고령화, 건강검진 활성화 등에 따라 의료방사선 검사의 활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많이 찍는 것은 일반 X선…피폭선량은 CT가 가장 큰 비중
검사 횟수와 방사선 피폭선량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일반 X선 촬영은 약 3억2961만 건으로 전체 의료방사선 검사의 76.4%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체 피폭선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4%였다.
반면 CT는 약 1634만 건으로 전체 검사 건수의 3.8%에 불과했지만 전체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에서는 67.1%를 차지했다.
검사 횟수만 놓고 보면 일반 X선 촬영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방사선 피폭이라는 측면에서는 CT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는 CT가 뇌와 폐, 복부 등 신체 내부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일반 X선 촬영보다 한 검사에서 사용하는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T는 위험한 검사일까
여기서 주의할 점은 ‘CT의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과 ‘CT 검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CT는 일반 X선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신체 내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검사다. 응급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사선 노출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CT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실제로 필요한지 판단하고, 필요한 검사를 적절한 방사선량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의료방사선 검사는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라며,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필요한 검사를 미루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적절한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1인당 3.24mSv’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통계를 해석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이 3.24mSv였다는 수치는 국민 모두가 실제로 각각 3.24mSv의 의료방사선에 노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 전체의 의료방사선 이용량과 검사 종류별 피폭선량을 이용해 산출한 평균적인 지표다. 개인이 실제로 받는 의료방사선량은 어떤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검사 종류별 1인당 평균 피폭선량을 보면 CT가 2.18mSv로 가장 컸고 일반촬영 0.89mSv, 혈관촬영 0.07mSv, 투시촬영 0.05mSv, 유방촬영 0.04mSv, 치과촬영 0.02mSv 순이었다.
골밀도촬영은 0.001mSv로 집계됐다.
이 수치 역시 각각의 검사를 한 번 받았을 때 개인이 받는 방사선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검사로 발생한 전체 피폭선량을 국민 수로 나눈 통계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여러 병원에서 CT를 반복해서 찍었다면?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처럼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전에 받은 영상검사 이력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병원에서 최근 비슷한 부위의 CT나 X선 검사를 받았다면 언제, 어떤 이유로 검사를 받았는지 의료진과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과거에 CT를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검사가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질환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거나 치료 경과를 평가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 촬영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촬영 횟수가 아니라 현재의 진료 상황에서 그 검사가 필요한지 의료진이 판단하는 과정이다.
필요한 검사와 불필요한 피폭을 어떻게 구분할까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에는 크게 ‘정당화’와 ‘최적화’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정당화는 방사선 검사가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실제로 필요한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의료진이 영상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의료영상진단 정당성 지침’을 마련해 보급하고 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후에는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확보하면서 방사선량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최적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은 ‘진단참고수준’을 마련해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방사선 피폭을 관리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의 방향은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검사는 시행하면서 불필요한 검사와 과도한 피폭은 줄이는 것에 가깝다.
검사 전 의료진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
CT 등 의료방사선 검사를 앞두고 걱정된다면 검사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검사가 왜 필요한지, 최근 받은 검사와 중복되지는 않는지, 기존 영상으로 대신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병원을 이용하고 있거나 최근 같은 부위의 영상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반대로 질병의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다면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의료방사선 검사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인 만큼 필요한 검사는 안심하고 받되, 불필요한 검사와 과다 피폭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방사선 검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검사 횟수’만이 아니다.
고령화와 건강검진 확대, 의료기술 발전으로 영상검사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검사는 적시에 받고 불필요한 반복 검사는 줄이는 ‘적정 이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CT의 높은 피폭선량을 이유로 필요한 검사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검사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의료진과 검사 필요성을 충분히 확인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의료방사선으로부터 얻는 진단의 이점은 살리고 불필요한 노출은 줄이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