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나 일반 진료를 받을 때 흔히 촬영하는 흉부 X-ray가 폐나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골다공증 위험을 찾아내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 기존 흉부 X-ray 영상을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골밀도검사와 진단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국내 의료현장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별도의 영상을 추가로 촬영하지 않고 이미 촬영한 흉부 X-ray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어 골다공증 검사를 받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 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흉부 X-ray를 AI로 분석하는 것만으로 골다공증을 확진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검사가 필요한 위험군을 선별하는 ‘스크리닝’ 기술이라는 점이다.
증상 없어 놓치기 쉬운 골다공증…문제는 ‘검사받지 않은 위험군’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지만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흔히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문제는 골다공증 위험이 있어도 별도의 골밀도검사를 받지 않으면 질환을 발견할 기회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이나 낙상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위험군을 일찍 찾아 필요한 검사를 받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현장에서 이미 많이 촬영하고 있는 흉부 X-ray를 골다공증 위험군을 찾는 데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미 찍은 흉부 X-ray를 AI가 다시 본다
대웅제약과 의료영상 AI 기업 프로메디우스가 국내 보급에 나선 ‘오스테오시그널(Osteo Signal)’은 건강검진이나 일반 진료 과정에서 촬영한 흉부 X-ray 영상을 AI로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도를 제시하는 스크리닝 솔루션이다.
핵심은 골다공증 선별을 위해 새로운 X-ray 영상을 별도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촬영한 흉부 X-ray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센터나 병·의원에서는 흉부 X-ray 촬영이 비교적 흔하게 이뤄진다. AI가 이러한 영상을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 신호를 찾아낸다면 그동안 별도의 골밀도검사를 받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 추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찾아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두 회사가 건강검진센터와 병·의원 등 흉부 X-ray 촬영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의료현장을 중심으로 해당 기술의 보급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흉부 X-ray로 골다공증을 ‘진단’할 수 있나
이번 기술의 역할을 이해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오스테오시그널의 역할은 골다공증을 확진하는 것이 아니다. 흉부 X-ray 영상을 AI로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골밀도검사 등 추가 검사로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AI가 흉부 X-ray를 분석해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이를 토대로 추가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 골밀도검사 등 정밀검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흉부 X-ray 촬영만으로 골다공증을 진단할 수 있거나, AI 분석이 골밀도검사를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기술의 역할은 골다공증 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적절한 검사로 연결하는 데 있다.
오히려 이 기술의 의미는 이미 확보된 의료영상을 활용해 검사를 받지 않고 지나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을 한 번 더 찾아낼 수 있느냐에 있다.
건강검진 영상의 활용 범위 넓어질까
의료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의료영상에서 원래 촬영 목적과 다른 질환의 위험 신호를 찾아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흉부 X-ray 역시 많은 사람이 건강검진이나 진료 과정에서 접하는 검사다. 기존 영상을 AI가 추가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면 한 번 촬영한 의료영상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특히 골다공증처럼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질환에서는 ‘누구에게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할 수 있다.
AI가 위험을 알려줬다면 다음 단계가 더 중요
AI 선별 결과가 골다공증 위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질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리닝은 어디까지나 질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 다음 검사로 연결하기 위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위험군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뿐만 아니라, 선별된 사람이 적절한 정밀검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 실제 진단과 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반대로 AI 선별 결과만을 근거로 개인이 골다공증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스테오시그널은 국내 임상 연구를 통해 기술적·임상적 근거를 축적해 왔지만, 구체적인 민감도·특이도 등 임상 성능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골다공증 위험군 선별 성능을 평가하려면 관련 임상연구 결과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가 골다공증을 진단한다’보다 ‘놓칠 위험군을 찾는다’
흉부 X-ray 기반 AI 골다공증 선별 기술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할 필요도, 반대로 단순한 기업용 의료 소프트웨어로만 볼 필요도 없다.
주목할 부분은 건강검진이나 다른 진료 목적으로 이미 촬영된 영상을 이용해 그동안 골다공증 검사를 받지 않았던 위험군을 발견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골다공증과 이에 따른 골절 예방의 중요성도 커진다. 특히 골다공증은 증상만으로 조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군을 찾아 적절한 검사로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흉부 X-ray와 AI의 결합이 이러한 ‘진단 공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활용과 임상 근거 축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단계에서 이 기술의 역할은 골밀도검사를 대체해 골다공증을 확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흉부 X-ray에서 위험 신호를 찾아 추가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