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후폭풍에 버티지 못한 빚 서울 부동산 강제경매 역대 최대
1~7월 소유권이전등기 3854건 전년 동기보다 44% 급증
2010년 통계 공개 이후 최대 아파트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이 94%
대출 의존한 부동산 매입 ‘후폭풍’ 금리 더 오르면 경매 증가 우려
고금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빚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차주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강제경매로 넘어간 서울 부동산이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한때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았던 이른바 ‘영끌 매수’의 후유증이 경매시장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2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서 ‘강제경매 매각’을 원인으로 접수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총 38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77건과 비교하면 1177건 늘었다. 증가율은 44%에 달한다. 대법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단순한 일시적 증가로 보기도 어렵다. 서울 부동산 강제경매는 수년째 가파른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강제경매 매각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2013년 1453건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 2019년에는 499건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흐름은 다시 뒤집혔다. 2023년 718건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1492건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2677건까지 불어났고 올해도 증가하면서 4년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을 포함한 집합건물이 3633건으로 전체의 94.3%를 차지했다. 집합건물만 놓고 봐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강제경매는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실행하는 일반적인 임의경매와 성격이 다르다.
임의경매는 저당권 등을 근거로 별도의 재판 없이 신청할 수 있다. 반면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 등을 거쳐 법원의 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신청하는 절차다.
통상 채무자가 약속한 시점까지 빚을 갚지 못했을 때 진행된다.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임차인을 비롯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개인 채권자 등이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강제경매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높은 대출 의존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대출을 크게 늘려 주택과 부동산을 매입했던 차주들은 금리 상승 이후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자산을 처분해 빚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채무자의 부동산이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경우 금융권의 대출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안고 있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대출 의존도를 크게 높인 차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기존 대출의 만기가 다가와 연장이 필요하거나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대환대출을 추진해야 하는 차주 역시 자금 조달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대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현금 흐름이 부족한 차주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연체가 장기화하고 채권자의 법적 절차가 이어질 경우 부동산이 강제경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강제경매 증가는 단순히 경매 물건이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금리 장기화가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에 어떤 압박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부동산 상승기에 빚을 지렛대로 삼았던 가계에는 이제 ‘얼마나 오를 것인가’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리와 대출 환경의 변화가 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에 어떤 추가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