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시리즈
2편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곁들이는 이유…라이코펜 흡수의 비밀
토마토와 올리브유는 흔히 ‘궁합이 좋은 음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생토마토에 올리브유를 뿌려 샐러드로 먹거나 토마토를 올리브유에 볶아 먹으면 토마토의 영양성분을 더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곁들이면 정말 영양학적으로 더 좋을까.

이번 음식궁합은 비교적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핵심은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대표적인 카로티노이드 성분인 라이코펜(lycopene)이다.
라이코펜은 지방에 잘 녹는 지용성 성질을 갖고 있어 식사에 지방이 포함되면 장에서 흡수되는 과정에 유리할 수 있다. 여기에 토마토를 적절히 가열하거나 가공하면 식물의 세포조직에서 라이코펜이 빠져나오기 쉬워져 체내 이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붙는다.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함께 먹으면 라이코펜 흡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올리브유를 넣은 토마토가 모든 면에서 생토마토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토마토의 붉은색 성분 ‘라이코펜’
토마토를 붉게 만드는 대표적인 성분이 라이코펜이다.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 성분으로 토마토뿐 아니라 수박, 자몽, 구아바 등에도 들어 있다. 식생활에서는 토마토와 토마토 가공식품이 주요 공급원으로 꼽힌다.
그런데 식품에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그 양이 모두 체내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영양성분을 평가할 때는 식품 자체에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함량’과 실제 소화·흡수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이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인 ‘생체이용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생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식물 세포조직 안에 존재한다. 토마토를 으깨거나 가열하는 과정은 세포벽과 식품 구조를 변화시켜 라이코펜이 소화 과정에서 방출되기 쉬운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이 함께 들어오면 또 하나의 변화가 생긴다.
라이코펜처럼 지용성인 성분은 소장에서 흡수되기 위해 지방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혼합 미셀(mixed micelle)에 포함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식사에 포함된 지방이 라이코펜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올리브유와 함께 먹었더니 혈중 라이코펜 증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런 효과가 확인됐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 임상영양학 저널(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잘게 썬 토마토를 올리브유와 함께 조리해 섭취한 경우와 올리브유 없이 조리해 섭취한 경우를 비교했다.
올리브유를 넣은 토마토를 섭취한 11명에서는 5일 뒤 혈장 trans-라이코펜 농도가 82%, cis-라이코펜 농도가 40% 증가했다. 반면 올리브유를 넣지 않은 토마토를 섭취한 12명에서는 trans-라이코펜 농도에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cis-라이코펜은 15% 증가했다.
연구진은 토마토를 조리할 때 올리브유를 첨가하는 것이 라이코펜 흡수를 크게 증가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연구는 참여자가 23명인 소규모 단기 연구라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 결과 하나만으로 장기간의 질병 예방 효과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생으로 으깬 토마토만 먹었을 때보다 생토마토에 올리브유를 곁들이거나 토마토를 올리브유와 함께 조리했을 때 혈중 라이코펜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토마토에 지방을 곁들이면 라이코펜의 체내 이용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단순한 음식 속설이 아니라 사람 대상 연구로도 뒷받침되는 내용이다.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익혀야 무조건 좋을까
여기서 또 하나의 음식 상식이 등장한다.
‘토마토는 생으로 먹지 말고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절반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라이코펜만 놓고 보면 가열과 가공이 유리할 수 있다. 토마토의 세포 구조가 무너지면서 라이코펜이 식품 조직에서 방출되기 쉬워지고, 열처리 과정에서 라이코펜의 형태가 변하면서 체내 이용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설 연구에서도 토마토를 조리하거나 가공하면 세포벽과 식품 구조가 파괴돼 라이코펜의 생체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돼 있다.
하지만 ‘가열하면 무조건 영양가가 높아진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 C를 비롯해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 있으며 일부 성분은 열이나 조리 과정에서 감소할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가열하면 라이코펜 자체도 산화되거나 분해될 수 있다. 연구에서도 가열 조건과 시간에 따라 라이코펜의 보존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생토마토와 익힌 토마토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보기보다는 섭취하려는 영양성분과 조리방법에 따라 장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꼭 ‘올리브유’여야 할까
음식궁합 정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토마토와 ‘올리브유’가 좋은 궁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라이코펜 흡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올리브유라는 이름 자체보다 함께 섭취하는 지방이다.
라이코펜의 소화와 흡수를 검토한 종설에서는 식사의 지방량이 라이코펜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일부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올리브유와 다른 식물성 기름 사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라이코펜은 올리브유와 함께 먹어야만 흡수된다’고 설명하는 것은 과장이다.
올리브유는 토마토와 잘 어울리고 불포화지방을 공급할 수 있어 활용하기 좋은 선택이지만, 라이코펜 흡수 효과가 오직 올리브유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음식궁합’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토마토와 올리브유라는 두 음식에 특별한 궁합이 존재한다기보다 토마토의 지용성 성분과 식사의 지방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영양학적 원리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기름은 많이 넣을수록 좋을까
그렇지도 않다.
지방이 라이코펜 흡수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기름을 많이 넣을 필요는 없다.
관련 연구들을 검토한 종설에서는 식사에 일정량의 지방이 포함될 경우 라이코펜 흡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구마다 사용한 토마토의 형태와 지방량, 조리법이 달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정확한 양을 정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름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이다.
라이코펜 흡수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필요 이상 많은 양의 기름을 추가하는 것은 전체 식사의 열량과 지방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
평소 식사에서 토마토에 소량의 식물성 기름을 곁들이거나 다른 지방 함유 식품과 함께 먹는 정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라이코펜 흡수 증가’가 곧 질병 예방을 뜻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팩트체크가 하나 남는다.
라이코펜은 항산화 특성을 가진 성분으로 알려지면서 심혈관질환과 전립선 건강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돼 왔다.
그러나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함께 먹으면 라이코펜 흡수가 증가한다는 사실과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주장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혈중 라이코펜 농도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곧바로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먹으면 암을 예방한다’거나 ‘혈관질환을 막는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질병 위험은 전체 식생활과 신체활동, 흡연·음주, 연령, 유전적 요인, 기존 질환 등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음식궁합에 관한 건강정보가 과장되는 지점도 대부분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영양소의 흡수 증가와 질병 예방 효과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활용해보자
토마토를 먹을 때 반드시 특별한 조리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토마토를 샐러드로 먹는다면 올리브유를 이용한 드레싱을 가볍게 곁들일 수 있다. 토마토소스나 수프, 볶음요리를 만들 때 식물성 기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토마토와 조리한 토마토를 어느 한쪽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
생으로 먹었을 때의 신선함과 영양적 장점이 있고, 조리했을 때 라이코펜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토마토와 올리브유의 음식궁합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특정 조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칙이 아니다.
‘지용성 영양성분은 식사의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체내 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영양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식궁합 팩트체크
토마토 + 올리브유 → 근거 충분
판정: 토마토를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라이코펜의 체내 흡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람 대상 연구와 관련 종설에서 뒷받침된다.
다만 세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올리브유와 함께 먹으면 라이코펜 흡수에 도움이 된다” → 사실
“라이코펜 흡수에는 반드시 올리브유여야 한다” → 근거 부족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함께 먹으면 특정 질병을 예방한다” → 단정할 수 없음
따라서 이번 음식궁합의 핵심은 ‘토마토+올리브유’라는 특별한 공식보다 ‘라이코펜+식이 지방’이라는 영양학적 원리에 있다.
다음 편
[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3편
시금치에 비타민 C를 곁들이면 좋은 이유…철분 흡수의 음식궁합
시금치에는 철분이 들어 있지만 고기 등에 들어 있는 철분과는 체내 흡수 과정이 다르다. 여기에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3편에서는 식물성 철분과 비타민 C의 관계를 팩트체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