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시리즈
1편 ‘음식궁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토마토에는 기름을 곁들이고, 시금치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반대로 장어와 복숭아, 게와 감처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조합도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음식궁합’이라고 부른다. 음식끼리 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하거나 흡수를 돕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 성분이 다른 성분의 흡수나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음식궁합은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함께 섭취했을 때 특정 영양소의 흡수와 이용에 도움이 되는 음식 조합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음식궁합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궁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과 무엇을 같이 먹으면 좋다’는 공식보다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작용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음식끼리 만나면 영양소 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음식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뿐 아니라 비타민과 무기질,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다.
여러 음식을 함께 먹으면 이들 성분이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음식궁합 가운데 일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타민 C와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철분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건강보조식품국은 비타민 C가 식물성 식품 등에 존재하는 비헴철(nonheme iron)의 흡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철분이 들어 있는 식물성 식품에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곁들이는 것은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영양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음식 조합이다.
지방과 함께 먹었을 때 체내 이용에 유리한 영양성분도 있다.
당근이나 녹황색 채소 등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카로티노이드는 지방과 함께 섭취할 경우 체내 흡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로티노이드가 장에서 흡수되는 과정에는 지방과 담즙 등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이 지방과 카로티노이드 흡수의 관계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무작위 대조시험 메타분석에서도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 이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때문에 ‘당근을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좋다’는 말도 일정한 과학적 근거를 갖는다.
‘흡수가 잘된다’와 ‘건강에 좋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에서 음식궁합 정보를 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특정 영양소의 흡수가 증가한다는 것과 그 음식을 함께 먹으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이 크게 좋아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 조합이 특정 영양성분의 흡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조합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치매 등을 예방한다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몸의 건강상태는 한두 가지 영양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평소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전체적인 식사의 균형은 어떤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연령과 건강상태는 어떤지 등 수많은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음식궁합을 판단할 때는 ‘궁합이 좋다’는 결론보다 ‘어떤 성분이 어떤 원리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음식궁합이라고 모두 과학은 아니다
우리 식문화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음식궁합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면 설사를 한다’, ‘게와 감은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이야기다.
이런 음식궁합은 오랜 식생활 경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오래전부터 전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현대 영양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음식 섭취 후 나타나는 복통이나 설사 같은 증상은 개인의 소화능력과 섭취량, 식품의 신선도, 알레르기나 개인별 민감성 등 여러 원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 가지 음식을 함께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증상의 원인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때문에 전통적인 음식궁합 역시 무조건 틀렸다고 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절대 함께 먹으면 안 된다’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음식끼리의 궁합보다 중요한 ‘음식과 약의 궁합’
음식궁합을 이야기할 때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음식과 의약품의 상호작용이다.
대표적인 식품이 자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자몽이나 자몽주스는 일부 의약품의 체내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약물의 경우 자몽 성분이 소장에서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방해하면서 혈액으로 들어가는 약물의 양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약물은 자몽 등이 약물 운반체에 영향을 줘 체내 흡수가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약을 먹는 사람은 자몽을 먹으면 안 된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모든 약물이 자몽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종류의 약이라도 성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음식궁합 정보만 보고 특정 음식을 임의로 끊기보다 의약품 설명서를 확인하고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음식궁합 정보, 세 가지만 확인하자
인터넷이나 SNS에서 음식궁합 정보를 접했다면 우선 ‘왜 그런가’가 설명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함께 먹으면 좋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어떤 영양소나 식품 성분이 어떤 과정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근거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의료·영양 전문기관, 학술 연구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 효과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흡수를 돕는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혈관을 깨끗하게 한다’거나 ‘암을 예방한다’, ‘독소를 제거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면 한 번 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절대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같이 먹으면 독이 된다’, ‘이렇게 먹으면 보약이 된다’ 처럼 단정적인 표현일수록 근거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음식궁합, 이렇게 이해하세요
음식의 조합에 따라 영양소의 흡수와 이용이 달라지거나 특정 식품 성분이 의약품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음식궁합’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음식궁합은 단순히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나누는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각 음식의 성분과 영양소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음식 두 가지의 조합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다양한 식품을 적절한 양으로 섭취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와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해 식생활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웰라이프타임즈는 기획시리즈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 조합을 하나씩 검증한다.
‘좋다더라’, ‘나쁘다더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그런 이야기가 생겼는지, 과학적 근거는 어느 정도인지, 실제 식생활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를 살펴본다.
2편부터는 각 음식 조합의 연구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인해 ‘근거 충분·근거 있음·근거 제한적·근거 부족·주의 필요’로 구분해 소개한다.
다음 편
[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2편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곁들이는 이유…라이코펜 흡수의 비밀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을까, 익혀 먹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 올리브유를 곁들이면 정말 라이코펜의 체내 이용에 도움이 될까. 2편에서는 토마토와 지방의 조합을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