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에 관한 뜻을 가족에게 보다 쉽게 알릴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25일 ‘2026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수기 공모전’ 수상작 16편을 선정해 시상하고, 이날 오후 8시부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 공유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 경험 담은 405편 접수…16편 수상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2026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공모전은 삶의 마지막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연명의료결정제도와 생애 말기 자기결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 국민과 의료진 등 종사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총 405편이 접수됐다. 보건복지부는 접수 규모가 2024년 공모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최우수상 2편과 우수상 4편, 장려상 10편 등 모두 16편이다. 최우수상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상금 100만원, 우수상과 장려상에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상과 각각 50만원, 3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동백꽃에 담은 어머니의 마지막 뜻…‘당신의 마지막 문장은 누가 씁니까’
일반 국민 부문 최우수상에는 ‘당신의 마지막 문장은 누가 씁니까’가 선정됐다. 선운사에 핀 동백꽃을 매개로 삶과 죽음의 자연스러운 순환과 어머니가 생전에 남긴 뜻을 돌아본 작품이다.
이 수기에는 항암치료를 받던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다. 어머니가 생전에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가족에게 이야기했던 기억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본인의 뜻을 확인하고 존중하는 문제를 되짚는다.
종사자 부문 최우수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선에서 80대 치매 환자와 아들이 마주한 연명의료결정을 다뤘다.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기억하는 환자의 평소 생각과 가치관을 되짚는 과정을 의료진의 경험을 통해 풀어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두 작품이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시선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의 뜻을 확인하고 존중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수상작 16편은 앞으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에게 ‘공유 카드’ 보낸다
이번 발표에서 시니어와 가족이 눈여겨볼 부분은 새롭게 제공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 공유 기능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향후 자신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미리 문서로 밝혀두는 제도다. 미리 자신의 뜻을 밝혀두는 만큼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이 그 뜻을 알고 있는 것도 생애 말기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 기능은 이미 작성·등록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가족에게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에서 ‘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조회하기’를 선택하고 본인인증을 거친 뒤 ‘공유하기’를 이용하면 된다.
공유 수단은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며 전달받을 사람을 선택하면 ‘가족 공유 카드’가 전송된다. 가족 공유 기능은 8월 25일 오후 8시 개통될 예정이다.
의향서 작성했다고 모든 연명의료가 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마련한 제도다.
연명의료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즉시 치료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하려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과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 확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임종과정에 있다는 판단은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 등 총 2명이 한다. 환자의 의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고 관련 문서도 없는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가족 확인 절차 등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단순한 ‘치료 거부 문서’로 보기보다 향후 임종과정에서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관한 자신의 의사를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제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 평소 이야기 나누는 계기 될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가족이 그 사실이나 당사자의 생각을 알지 못할 수 있다. 새 가족 공유 기능은 의향서 등록 사실과 자신의 뜻을 가족에게 알리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연명의료결정이 환자와 가족의 삶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선택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뜻이 삶의 마지막까지 존중될 수 있도록 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본부장도 “공모전을 통해 삶과 죽음, 가족의 사랑과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관한 국민의 생각과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라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 405편의 경험담이 접수되고 가족 공유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연명의료에 관한 결정이 병원에서 임종을 앞두고서야 처음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 가족과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라는 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