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치료 경과를 정량뇌파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김치헌·김석재 대표원장 연구팀은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PPPD) 환자 163명의 치료 전후 정량뇌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Vestibular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술지는 국제 어지럼·평형 분야 학회인 바라니학회(Bárány Society)의 공식 학술지다.
연구팀은 2022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어지럼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가운데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파검사를 받은 PPPD 환자 16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한 대조군 86명과 전정편두통 환자 67명도 비교군으로 포함해 19채널 안정 시 정량뇌파를 분석했다.
PPPD는 어지럼이나 불안정감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으로 서 있는 상태나 움직임, 복잡한 시각 환경 등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구조적인 귀 질환보다는 뇌가 시각·전정·체성감각 등 여러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변화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적인 전정기능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PPPD 환자에게서 25~30㎐ 범위의 고베타(high beta) 뇌파 활동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전극의 수는 건강대조군이 평균 2개, 전정편두통 환자가 7개, PPPD 환자가 16개로 나타나 집단별 차이를 보였다.
고베타 활동은 특히 뇌 뒤쪽의 두정-측두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이 부위는 전정 정보를 비롯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과 연관돼 있어 PPPD에서 나타나는 감각 처리 변화와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치료 이후 뇌파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추적했다. 약물치료 후 증상이 거의 사라진 76명의 환자에서는 기준치를 넘는 이상 전극 수가 치료 전 17개에서 치료 후 2.5개로 감소했다. 건강대조군에서 관찰된 수준과 비슷한 범위까지 낮아진 것이다.
반면 증상이 일부만 개선된 31명에서는 이상 전극 수가 15개에서 11개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임상적으로 느끼는 증상의 개선 정도와 고베타 뇌파 활동의 변화 사이에서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치료를 중단한 이후 증상이 다시 나타난 환자에서도 뇌파 변화가 관찰됐다. 증상이 호전돼 약물치료를 중단했다가 재발한 23명을 분석한 결과, 이상 전극 수가 치료 전 15개에서 치료 후 2개까지 감소한 뒤 재발 시점에는 13개로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가 고베타 과활성이 단순히 개인의 타고난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질병 상태와 연관된 지표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석재 대표원장은 “부분적으로 호전된 환자와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된 환자에서 뇌파 변화의 폭이 달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정량뇌파의 변화가 약물 복용 자체보다는 실제 증상 개선 정도를 반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량뇌파는 MRI나 기능적 뇌영상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낮고 반복 측정이 용이하다”며 “향후 외래 진료 환경에서 치료 반응을 확인하는 보조적인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가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 신경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치헌 대표원장은 “1차 의료기관에서는 증상이 시작된 초기 단계에 환자를 만날 수 있고 약물치료 이전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이번 연구 대상자의 증상 지속 기간 중앙값이 3개월이었던 것도 이러한 진료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정량뇌파를 PPPD 자체를 진단하는 검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베타 과활성은 전정편두통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특정 질환에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소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단일기관에서 수행된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어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전향적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및 웨어러블 지능형 시스템·헬스케어(WISH) 센터 여운홍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SK하이닉스 PE Research Lab 양경진 연구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와 성균관대학교 연구진도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향후 소형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기를 활용해 일상생활 환경에서 만성 어지럼증 환자의 뇌파 변화를 추적하는 후속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논문의 제목은 ‘High beta activity tracks disease state in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A longitudinal quantitative EEG study’이며, ‘Journal of Vestibular Research’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