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 한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진영 대결을 피하고, 자신의 근본 이익에 따라 독립적으로 대외관계를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은 안보 면에서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와 공급망, 한반도 문제에서는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질문으로만 바라보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의 외교와 경제는 하나의 선택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반도체와 핵심광물, 인공지능, 군사기술은 안보와 직접 연결돼 있지만 식품, 관광, 환경, 보건, 교육과 지방도시 교류까지 같은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전략적 자율성은 두 나라 사이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다. 한국이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제한할 것인지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을 뜻한다. 기준이 분명해야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국가안보와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 중요한 기술과 데이터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규정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자주 바뀌면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어떤 기술이 통제 대상이고 어떤 거래가 허용되는지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공급망 정책도 중국을 모두 배제하는 방식보다는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특정 원료나 부품을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조달처를 늘리되,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과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모두 중단할 필요는 없다. ‘중국 배제’와 ‘중국 의존’ 사이에서 품목별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서는 중국과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거나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를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위기관리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
문화와 관광, 교육 분야에서는 정치·안보 갈등과 생활교류를 가능한 한 분리해야 한다. 영화와 공연, 게임, 여행과 학생교류가 외교갈등이 생길 때마다 중단되면 양국 국민의 불신이 더 커진다. 정부 간 관계가 어려울 때도 시민과 학교, 지방도시의 관계가 이어져야 관계회복의 기반이 남는다.
한국 기업도 정부의 외교정책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중국 매출이 높은 기업은 공급망과 시장을 다변화하고,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은 수출통제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의 소비자와 거래처를 모두 정치적 위험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위험을 구체적으로 나누고 관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낮다. 한국이 그때마다 한쪽의 요구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정책의 일관성을 잃게 된다. 국가안보, 기업의 자유, 국제규범과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장기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외교의 목표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단순한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다. 협력할 분야와 보호할 분야를 세밀하게 설계하고 그 이유를 국내외에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다. 원칙 없는 균형은 양쪽의 불신을 부르지만 원칙을 가진 다층외교는 한국의 선택 공간을 넓힐 수 있다.
근거 자료·출처
- Reuters, 왕이 방한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 중국 외교부, 왕이–조현 외교장관 회담
- Reuters,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일정과 의제

중국어 번역 韩国外交需要先设计不同领域的原则
战略自主不是模糊的平衡,而是清楚区分安全、经济和文化
中国外交部长王毅访问首尔时表示,希望韩国在中美竞争中避免阵营对抗,根据自己的根本利益独立发展外交关系。
韩国在安全方面同美国保持同盟关系,同时在经济、供应链和朝鲜半岛问题上同中国有密切联系。因此,不能只问韩国“选择美国还是选择中国”。
半导体、关键矿产、人工智能和军事技术同国家安全有关。但是,食品、旅游、环境、卫生、教育和地方交流,不需要使用完全相同的限制标准。
战略自主不是站在两个国家中间不说话,而是韩国先决定在哪些领域合作,在哪些领域进行保护。原则清楚以后,美国和中国都能够理解和预测韩国的政策。
在高科技领域,韩国需要保护国家安全、企业技术和重要数据。政府应该明确说明哪些技术受到出口限制,哪些正常交易可以继续。
供应链政策也不应该只是完全排除中国。韩国应该增加原料和零件的供应国家,减少过度依赖。同时,同有竞争力的中国企业保持正常合作。重要的是按照不同产品计算风险。
在朝鲜半岛问题上,韩国必须同中国保持对话。两国对朝鲜问题的看法不同,但是发生军事紧张或意外冲突时,需要快速沟通。
文化、旅游和教育交流应该尽量同政治矛盾分开。电影、演出、游戏、旅游和学生交流如果每次发生外交问题就中断,两国人民会更加不了解对方。
韩国企业也要自己管理风险。中国销售比重高的企业要增加其他市场,使用美国技术的企业要确认出口规定。但是,不能把所有中国消费者和合作企业都看成政治风险。
中美竞争可能长期继续。韩国外交的目标不是简单站在两个大国中间,而是清楚设计可以合作的领域和必须保护的领域。没有原则的平衡会让双方都不信任韩国,有原则的多层外交才能扩大韩国的选择空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