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칼럼] 초고령사회 2탄, AI는 시니어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을까

필자소개=정해영 교수
교육부 인가 대한인식생명교육사회적협동조합 전임교수
정해영 통합웰니스교육원 대표
시니어 통합교육 전문가 · 작가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한다. 이제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시대다.

 

흥미로운 변화도 있다. 2024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76.9%에 이른다. 92.6%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거나 음성·영상통화를 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젊은 세대만의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고령층을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별도로 조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까지 중요한 조사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AI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 어르신들은 이 변화에 함께 가고 있는가?”

필자는 최근 시니어 교육 현장뿐 아니라 시니어를 가르칠 강사들을 양성하는 교육현장에서 AI와 디지털 활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을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가 이렇게 쉬운 것이었어요?”

“말로 물어봐도 대답해 주네요?”

“나도 할 수 있겠는데요?”

 

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첫 번째 목표다. 처음부터 복잡한 용어나 기능을 설명하면 AI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그러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오늘 날씨를 물어보고, 궁금했던 건강정보를 찾아보고, 여행지를 알아보고, 사진과 이미지를 활용해 보고, 가족에게 보낼 글을 함께 만들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어느 순간 ‘남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기술’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생활도구’로 바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노화를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지 않는다. 노년기에도 배우고 성장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을 유지하는 것을 건강한 노화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교육과 AI 교육은 단순한 기기 사용법 교육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며, 스스로 정보를 찾는 과정이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과정이며, 여전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이다.

 

특히 필자가 교육 현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연결’이다.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다 보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중요한 건강 문제로 보고 있다. WHO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고령층에서도 외로움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WHO는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디지털을 활용한 다양한 개입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AI의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AI가 가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친구를 대신할 수도 없다.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에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볼 수 있으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도와주고, 세상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도구는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도록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시니어 AI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기술보다 자신감이 먼저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최신 AI 기능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이다. 한 번 성공하면 두 번째 질문을 한다. 두 번째 질문에 답을 얻으면 또 다른 것을 시도한다. 그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그래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은 젊은 사람에게 가르치는 방식과 달라야 한다. 글씨는 잘 보여야 하고, 설명은 짧아야 하며, 가능하면 직접 말하고 눌러보고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 번에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반복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서 시니어 AI·디지털 강사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니어에게 AI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의 속도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들어도 다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어려운 기술용어를 생활언어로 바꾸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최근 시니어 강사들을 대상으로 AI·디지털 교육 역량을 함께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지역의 경로당, 노인대학, 복지관, 평생교육 현장에는 AI를 ‘설명하는 강사’보다 어르신들이 AI를 직접 사용하도록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강사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2024년 65~79세 고령자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4.8%였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이미 76.9%에 이른다. 이 두 숫자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은 빠르게 늘었지만,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의 기회는 여전히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디지털 포용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보급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사용해 보게 하고, 결국 자신의 삶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필자는 1편 「초고령사회, 건강하게 익어가는 교육이 필요하다」에서 ‘건강수명은 의료가 연장할 수 있지만, 행복수명은 교육이 만들어간다’고 이야기했다. 그 생각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교육이 연결해야 할 세상이 하나 더 생겼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연결했던 교육이 이제는 사람과 디지털 세상까지 연결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의 시니어 교육은 더욱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AI를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AI를 통해 시니어가 다시 질문하고, 배우고,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나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아니다. 배울 기회와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더 큰 장벽이었는지도 모른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AI 교육은 가장 앞선 기술을 가장 빠르게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가장 낯선 기술을 가장 따뜻하고 쉽게 한 사람의 일상으로 가져오는 교육이어야 한다. 필자는 그것이 AI 시대에 필요한 또 하나의 ‘행복수명 교육’이라고 믿는다.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은 교육부 인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기적으로 전국 교육봉사와 고독사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며 생명존중과 사회적 연결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성 2026.08.22 23:43 수정 2026.08.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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