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홈톡 칼럼] 전세금 HUG에 맡기면 정말 안전할까…‘전월세 안심신탁’이 바꿀 시장의 셈법

집주인 대신 HUG가 전세금 예치·운용·반환

월세 74만원→대출이자 53만원…정부 계산상 월 21만원 절감

보증금 반환 위험 낮췄지만 임대인 참여·대출금리가 시장 안착 관건

출저: 쳇지피티 이미지 생성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주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맡기는 새로운 전세계약 방식이 등장한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불안을 낮추면서 월세로 이동한 임차인을 다시 전세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수억원의 전세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의 성패를 판단하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

 

“보증금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느냐”뿐 아니라 “집주인들이 실제로 참여해 안심신탁 매물이 충분히 나올 것이냐”는 것이다. 전월세 안심신탁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집주인에게 주던 전세금, HUG가 관리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HUG가 전세금의 예치·운용·반환을 담당하는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방식은 기존 전세와 다르다. 임대인과 임차인, HUG가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은 전세보증금 전액을 HUG에 예치한다. HUG는 이 자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달 지급하고,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임차인에게 직접 반환한다. 기존 전세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겼다면, 안심신탁에서는 보증금 관리 주체가 HUG로 바뀌는 것이다. 임대인은 전세금이라는 목돈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월세와 비슷한 형태의 운용수익을 받는다.

왜 지금 안심신탁인가…전세사기 이후 커진 ‘보증금 불안’

제도가 나온 배경에는 전세시장에 누적된 불신이 있다. 기존 전세는 임차인이 계약과 동시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집주인에게 맡겨야 한다. 집주인의 채무가 늘거나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이어지면서 일부 임차인이 목돈 부담이 큰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정부가 안심신탁을 통해 바꾸려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보증금은 HUG가 관리해 반환 위험을 낮추고, 월세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세입자의 월 주거비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전세사기 대책을 넘어 전월세시장의 새로운 임대차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월세 74만원이 53만원”…정부 계산대로라면 월 21만원 절감

세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결국 비용이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매매가격 3억원, 전세금 2억원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4만원을 내는 임차인을 가정했다. 이 임차인이 안심신탁 전세를 이용하고 전세금의 80%인 1억6000만원을 연 3.97% 금리로 대출받으면 월 이자는 약 53만원이다. 기존 월세보다 매달 약 21만원 줄어든다. 2년이면 504만원,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해 4년을 거주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1008만원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만 이 숫자를 모든 임차인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전세금의 80%를 대출받고 연 3.97% 금리를 적용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 가능 금액과 적용금리는 임차인의 소득, 신용도, 기존 부채와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안심신탁이 월세보다 유리한지는 정부 사례가 아니라 자신의 대출조건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HUG가 관리하면 안전할까’…핵심은 보증금의 분리

임차인에게 가장 큰 변화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직접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업에 참여하려면 보증금 전액을 HUG에 예치해야 한다. 정부도 이 때문에 전세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나 고수익 위험자산 투자를 원하는 임대인의 참여 유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을 임대인의 자금과 분리해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전세보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고 ‘HUG가 관리하니 계약조건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 계약에서는 보증금 반환 시점과 절차, 중도해지, 계약기간 중 주택 매매가 발생했을 때의 처리방식 등을 최종 사업공고와 약정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임차인에게 중요한 것은 ‘안심’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내 돈이 어디에 있고, 언제 어떤 절차로 돌아오는가”​이다.

 

시장의 진짜 변수는 ‘집주인 참여’

제도의 구조만 놓고 보면 임차인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임대인이다. 기존 전세에서는 집주인이 받은 전세금을 대출 상환이나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안심신탁에 참여하면 보증금을 직접 사용할 수 없다. 대신 HUG가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매달 받는다. 정부는 임대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참여하면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를 면제해 보증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여기서 시장의 셈법이 갈린다.

시세 20억원 이하 우선…가격만 맞는다고 모두 되는 것은 아니다

안심신탁은 소득이나 자산 제한 없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택 유형과 지역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되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다. 하지만 20억원 이하라고 해서 모든 주택이 자동으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반건축물 여부와 시세 대비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은지 등을 사전에 검증할 예정이다. 따라서 매물에 ‘안심신탁 가능’이라고 표시돼 있더라도 실제 사업 대상 주택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계약 전이라면 이 7가지는 확인해야

 

9월 말 공고·10월 신청…연말부터 첫 시험대

정부는 9월 말 사업공고를 내고 10월부터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11월부터 HUG·임대인·임차인의 3자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지원한다. 올해 LH 매입임대주택 500가구에도 안심신탁 방식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작동하기 전 단계다. 실제 평가는 안심신탁 매물이 시장에 등장하는 연말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본 안심신탁…결국 ‘안전한 전세 매물’이 얼마나 나오느냐다

전월세 안심신탁의 의미는 분명하다. 기존 전세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소였던 ‘집주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겨야 하는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보증금을 HUG가 관리하고 계약 종료 후 직접 반환하는 방식은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을 걱정했던 임차인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평가는 제도 설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시장에 ‘안전한 전세 매물’이 실제 얼마나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안심신탁을 원하는 임차인이 많아도 참여하는 임대인이 적으면 선택할 수 있는 주택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 참여가 늘고 실제 매물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전세사기 우려 때문에 월세를 선택했던 일부 임차인이 다시 전세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안심신탁의 진짜 성적표는 시행 이후 시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제도가 발표됐다는 사실보다 실제 계약이 얼마나 체결되는지, 임차인이 체감하는 주거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지, 보증금 반환 절차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임차인 역시 ‘안심신탁’이라는 이름만 보고 계약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계약 전에는 최소한 세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계약하려는 집이 실제 안심신탁 대상인지, 내 자기자금과 대출조건에서도 월 주거비가 줄어드는지, 계약이 끝나거나 중도퇴거할 때 보증금이 어떤 절차로 돌아오는지. 같은 안심신탁을 이용하더라도 주택과 임차인의 조건에 따라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안심신탁이 좋은 제도인가”가 아니다. “이 계약이 내 상황에 맞고, 내 보증금이 실제로 안전하게 관리·반환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세계약의 기본 원칙은 새로운 제도가 등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제도의 이름보다 계약조건을 보고, 혜택보다 내 보증금이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문의: 헬리오홈톡 윤성현기자 (010-5291-1082)

작성 2026.08.21 21:15 수정 2026.08.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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