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경기둔화 압력에도 기준 대출금리를 15개월 연속 동결했다. 대신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가 주택 구매 제한과 대출 조건을 지역별로 완화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금리 인하보다 침체가 심한 지역과 수요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0%,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을 연 3.5%로 유지했다. 두 금리 모두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으며, 15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둔화하고 위안화 신규대출이 크게 위축됐지만 중국 당국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았다.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의 수익성이다. 중국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기업 대출 부진,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크게 축소됐다. 예금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금리만 추가로 낮추면 중소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위안화 가치와 자본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이 금리를 크게 낮추면 위안화 약세와 해외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인민은행으로서는 경기부양과 환율·금융안정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러나 금리 동결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지원 중단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하이시는 21일부터 외환순환고속도로 바깥 지역에서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상업용 주택대출의 최저 계약금 비율을 2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해당 외곽 지역에서 신규주택을 구입한 뒤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8만 위안의 한시적 보조금도 지급한다.
베이징도 이달 초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구매 제한을 추가 완화했다. 대도시 전체의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분양과 거래 위축이 심한 외곽지역의 실수요를 되살리려는 조치다. 중국 부동산정책의 무게중심이 전국적인 일괄 규제에서 도시·지역·주택유형별 차등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과거 중국의 부동산 부양책과 다르다. 예전에는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지방정부가 토지를 공급하면 개발업체가 대규모 단지를 건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헝다를 비롯한 대형 개발업체의 부실과 주택 과잉공급을 겪은 뒤에는 같은 방식의 부채 주도 성장을 반복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단순한 주택가격 하락이 아니다. 공사가 중단된 선분양 주택의 인도, 개발업체 채무조정, 지방정부의 토지사용권 수입 감소, 주택 구매자의 신뢰 상실이 서로 연결돼 있다. 계약금 비율을 낮춰도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면 가계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않는다.
한국과 비교하면 정책 방향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 환율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국 금융당국은 2026년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등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연결을 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주택 수요가 부족해 거래를 살리는 것이 과제인 반면, 한국은 수도권으로 대출과 주택 수요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은 ‘얼어붙은 수요’를 움직여야 하고, 한국은 ‘과열된 수요’가 부채로 번지는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공통점도 있다. 두 나라 모두 기준금리 하나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전국적인 금리 조정은 환율·물가·기업투자·가계대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계약금 비율, 대출한도, 보유 주택 수, 실거주 여부 등을 활용한 미시적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도 금리 동결을 곧바로 부동산시장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국 금융주에는 금리 유지가 이자마진 방어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철강·가전 업종에는 실제 주택거래 회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정책 발표보다 분양계약, 기존주택 거래량, 재고소진 속도와 가계 중장기대출 증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중국이 선택한 ‘금리는 동결하고 주택 규제는 선별적으로 푸는’ 전략은 부양과 금융안정 사이의 절충안이다. 그러나 계약금 부담을 낮추는 것만으로 가계의 신뢰까지 회복시킬 수는 없다. 미완공 주택을 인도하고 개발업체 부실을 투명하게 정리하며, 지방정부가 토지 매각 이외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중국 부동산시장의 전환점은 금리를 몇 차례 내렸느냐가 아니라 주택을 다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질서를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중국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규제는 대출 문턱이 아니라 소비자의 불안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