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서 손에 쥐는 힘이 약해지거나 일어서서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현상은 단순한 세월의 흔적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 경고 신호라는 국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근력과 실제 보행 능력이 동시에 떨어진 고령층은 심장 및 혈관 이상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정상군 대비 2배 가까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나 보건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진은 대규모 한국인 노인 집단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 최신 연구를 통해 손아귀 힘(악력)과 전반적인 신체 거동 능력 저하가 심혈관계 이상 발생 및 조기 사망 위험률을 가파르게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정식 등재되며 데이터의 신뢰성을 공인받았다.
근육의 양과 질, 운동 수행력이 전반적으로 퇴화하는 '근감소증'은 골절이나 낙상 사고뿐 아니라 장기 입원과 삶의 질 붕괴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만성 상태로 꼽힌다. 실제 국내 통계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약 1명꼴로 해당 상태를 겪으며, 80세를 넘어서는 순간 5명 중 1명 수준으로 유병률이 급상승한다.
연구진은 '한국 도시·농촌 노인 코호트(KURE)'에 등록된 65세 이상 고령자 2,997명의 임상 추적 데이터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 청구 내역 및 통계청 사망 등록 데이터와 정밀 연계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근육 부피만 재는 방식에서 벗어나, 손의 쥐는 힘과 보행 민첩성을 결합한 '실질적 기능 저하'를 측정 모델로 삼았다.
세부 평가 기준에서 악력이나 신체 기동력 중 하나만 떨어진 상태를 '근감소증 의심 단계'로, 두 지표가 모두 기준치 밑으로 떨어진 상태를 '기능적 근감소증'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했다.

추적 관찰 결과는 매우 엄중했다. 두 가지 신체 기능이 모두 저하된 기능적 근감소증 집단은 정상적인 근 기능을 유지한 집단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무려 1.92배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에 이를 전체 사망 위험도 역시 1.45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노화 과정 중 근육 기능이 악화하는 속도에 따른 위험도 변화다. 연구 시작 시점에는 정상이거나 경증이었으나 약 4년 뒤 추적 조사(1,990명 대상)에서 근감소증이 새롭게 나타난 노인들은 계속해서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한 이들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1.56배, 전체 사망 위험은 1.67배나 증가했다. 신체 기능의 급격한 쇠퇴가 심장의 생체 시계를 앞당긴 셈이다.
연구 책임자인 국립보건연구원 김민주 보건연구사는 "기존에는 체성분 검사를 통한 단순 근육량 측정에 치중했으나,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발휘되는 악력과 보행 수행 능력 등 '실제 근육의 가동 효율'이 심장혈관 건강을 판가름하는 핵심 예측 잣대임을 밝혀낸 것에 학술적 의의가 있다"고 짚었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노년기 신체 거동성과 악력의 퇴화는 심장 기능 저하 및 돌연사 위험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라며 "단순한 산책 수준을 넘어 적절한 저항성 근력 운동과 신체 균형 감각을 기르는 활동을 꾸준히 병행하고, 평소 문고리를 돌리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의 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화에 따른 근력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치명적인 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정기적인 악력 및 보행 능력 점검과 맞춤형 근력 관리가 백세 시대 건강 수명을 좌우할 핵심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