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마 4424가구 이주 임박 강남 전월세 시장 ‘대치동발 충격’ 촉각
“학교 학원 때문에 떠날 수도 없다” 재건축 이주 겹치며 강남 3구 전월세난 우려
서울 강남권 전 월세 시장이 대규모 재건축 이주라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4424가구에 달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내년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다. 이미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강남 서초 송파구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까지 잇따르고 있다. 은마까지 본격적인 이주 대열에 합류하면 강남권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은마의 이주는 다른 재건축 단지와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은마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 월세로 거주하는 수요가 상당하다. 재건축으로 집을 비워야 해도 학교와 학원 때문에 대치동 생활권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세입자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 발생한 이주 수요가 대치 도곡 개포 등 인근 지역으로 단기간에 이동할 경우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을 동시에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세입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은 최근 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주계획 수립을 위한 아파트 세입자 설문조사’에도 착수했다. 임대차 계약 만료일과 희망 이주시기, 이주 예정지역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주 이후에도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할 계획인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학생 자녀를 둔 가구가 상당하다는 은마의 특성을 고려해 방학 기간을 활용한 이주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단순한 주거 이전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학교와 학원 일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치동 특유의 이주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은마가 움직이는 시점에 강남권 곳곳에서 재건축 이주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구에서는 개포주공5단지 940가구가 올해 1월 이주를 시작했다. 개포럭키아파트 128가구와 도곡개포한신 620가구도 이주 절차를 밟고 있다.
서초구에서도 신반포12차 312가구와 신반포27차 156가구가 이주에 들어갔다. 1572가구 규모 신반포2차도 사업 절차를 밟고 있다.
송파구 상황도 비슷하다. 가락상아1차 405가구와 가락프라자 672가구는 이주를 마치고 철거 단계에 들어섰다. 가락미륭과 삼환가락 648가구, 가락삼익맨숀 936가구 등도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강남구 최대 규모인 은마 4424가구까지 내년 상반기 움직이기 시작하면 강남 3구인 강남·서초·송파구 전월세 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추가 이주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를 받아줄 전월세 매물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요즘 세제개편안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아예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파트 이주 수요까지 몰리면 상황이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에서는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대치동 전세 물건은 608건, 월세는 589건으로 모두 1187건이다. 올해 1월 1일에는 전세 1097건, 월세 1004건 등 총 2101건이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불과 수개월 사이 전월세 매물이 43.5% 줄어든 셈이다.
은마는 대치동 임대차 시장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변 신축 준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치동 학군을 이용하려는 임차 수요가 많은 단지다.
따라서 은마 세입자 상당수가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이주 수요는 대치동과 도곡동 등 주변 아파트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티역 일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
은마 한 단지의 재건축 이주가 아파트 전세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강남권 임대차 시장 전반의 수급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기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상태에서 은마에 거주하고 있는 ‘비거주 1주택자’는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은마에서는 이주해야 하지만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면 당장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다른 전
셋집이나 월셋집을 구해야 한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와 시기가 맞물려 전셋값까지 오르면 추가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도 변수로 꼽힌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등의 혜택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임대를 놓던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방식을 선택할 경우 시장에 공급되는 전월세 물량은 감소할 수 있다.
재건축은 새로운 임차 수요를 만들어내는데 세제는 집주인의 실거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이주에 따른 임차 수요 증가와 기존 임대주택 감소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강남권 전월세 시장의 관건은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다. 은마를 비롯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는 수천 가구가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한다. 반면 이들을 받아줄 전세와 월세 매물은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대치동은 교육 수요라는 강력한 지역적 특성이 있다. 직장이나 일반적인 주거 수요와 달리 자녀의 학교와 학원 때문에 이주할 수 있는 지역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은마의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대치동을 중심으로 도곡·개포와 인근 비아파트 시장까지 임
차 수요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재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책 요인으로 전월세 가격 변동성 역시 커질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은마아파트 이주 수요는 전월세 시장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은마 재건축은 오랜 기간 강남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혀왔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재건축 이후의 미래 가치뿐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다가온 4424가구의 이동에 쏠리고 있다. 매물이 줄어든 강남 임대차 시장이 대규모 이주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내년 상반기 강남 전월세 시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