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유럽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제시하며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정치의 경쟁이 군사력과 경제규모뿐 아니라 누가 개발도상국의 표와 신뢰를 얻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26년 6월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 중국의 이념·구상·행동’ 백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확대하고 주권평등, 다자주의와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이 다수 국가와 국제기구의 지지를 받았으며, 60여 개 국가가 관련 우호그룹에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중국 정부의 발표인 만큼 각 국가의 참여 수준과 구체적인 입장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하나의 정치블록이 아니다.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지역 강국과 최빈국, 산유국과 기후위기에 취약한 섬나라가 포함된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친미와 친중 성향도 다양하다.
이들 국가가 중국과 협력한다고 해서 중국의 모든 외교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인프라와 무역에서는 중국을 활용하면서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거나, 국제기구에서는 사안별로 다른 입장을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의 강점은 인프라 건설과 금융, 대규모 시장, 정부 간 신속한 협력이다. 도로·항만·전력·통신망이 필요한 국가는 복잡한 조건 없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의 방식을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부채의 지속가능성, 현지 고용, 환경영향과 계약의 투명성은 계속 논란이 된다. 중국이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장하려면 사업 정보를 공개하고 현지사회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도 글로벌 사우스를 규범의 수용자나 자원 공급지로만 바라봐서는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기후금융·백신·부채와 기술이전 문제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국은 미·중 경쟁을 어느 편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무역과 공급망에서는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도 경제·개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강점은 초대형 인프라 금융보다 디지털정부, 보건의료, 직업교육, 스마트농업, 재난대응과 중소기업 육성에 있다. 대규모 시설을 지어주는 방식보다 현지 인력을 훈련하고 운영제도를 함께 만드는 협력이 적합하다.
개발협력도 한국 기업의 수주를 지원하는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업이 종료된 뒤 현지 기관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지,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기술이 남는지를 성과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제기구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기후변화·디지털 규범·인공지능 윤리·보건과 해양질서에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의 요구를 먼저 듣고 공동제안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도,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아닌 한국 자체의 의제를 가져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강대국의 선언보다 선택 가능한 협력조건을 원한다. 어느 한 나라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파트너에게 투자·시장·기술을 얻으려 한다. 이는 이념보다 실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변화 외교다.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미국 주도의 질서를 단기간에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국제정치의 의제와 표의 분포를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 외교는 강대국 정상회담만 바라보지 말고 세계 다수 국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읽어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방향은 북반구 강대국의 협상장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의 선택에서 결정될 수 있다.

[중국어번역] 全球南方的选择
中国的全球治理构想与韩国外交需要观察的变化
中国提出建设“更加公正合理的全球治理体系”,并加强同亚洲、非洲和拉丁美洲等全球南方国家的合作。国际竞争已不只取决于军事和经济实力,也取决于谁能赢得发展中国家的信任与支持。
中国国务院新闻办公室2026年6月发布全球治理白皮书,主张提高发展中国家的代表性和发言权,坚持主权平等、多边主义以及以联合国为核心的国际体系。
不过,全球南方并不是统一的政治集团。印度、巴西、南非等地区大国,最不发达国家、产油国和气候脆弱的小岛国家,其制度、利益和外交路线都存在巨大差异。
这些国家与中国开展基础设施和贸易合作,并不意味着支持中国的所有政策。它们可能在经济上利用中国市场和资金,在安全上与美国合作,并在国际组织中根据不同议题作出选择。
中国的优势是基础设施、融资能力、巨大市场和较快的政府间合作。但债务、当地就业、环境影响和合同透明度仍受到质疑。要证明全球治理的公平性,中国需要提高项目信息公开程度和当地社会参与度。
韩国不应只从“在美国和中国之间选择一方”的角度理解这一变化。韩国可以在数字政府、医疗、职业教育、智慧农业、灾害应对和中小企业发展方面形成自己的合作模式。
韩国还应加强与全球南方国家在气候、数字规则、AI伦理、卫生和海洋秩序等领域的共同提案。韩国外交不能只充当美国立场的传递者或中国的牵制者,而应拥有自身议题。
新的国际秩序不仅由北半球大国决定。全球南方国家正在通过多元化合作扩大选择空间,它们的判断和投票将越来越深刻地影响全球治理的方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