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계약이 끝나면 제가 직접 들어가려고 합니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이런 연락을 받으면 임차인의 고민은 한꺼번에 시작된다. 계약을 더 연장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지, 전세보증금은 제때 받을 수 있는지, 다음 집은 언제부터 찾아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집주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 거절 문제가 알려지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임차인들은 “나도 당장 새집을 알아봐야 하나”라는 불안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실거주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새 전셋집부터 계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전세 이동은 현재 집의 계약 종료일과 보증금 반환일, 새집의 잔금일, 실제 이삿날이 하나의 일정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임대차계약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하면 무조건 나가야 할까
모든 계약을 똑같이 판단할 수는 없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일정 요건 아래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겠다”고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 의사가 존재하는지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과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밝히게 된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따라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이 있으니 무조건 더 살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 현재 계약과 갱신 이력, 실거주 통보 내용을 차례로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3. ‘누가 들어오는지’와 ‘언제 통보받았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야기했다면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임대인 본인이 직접 들어오려는 것인지, 부모나 자녀 등 직계존속·직계비속이 거주하려는 것인지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은 이러한 실제 거주를 계약갱신 거절 사유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통보 시점도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전화로만 이야기했다면 중요한 내용은 문자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이는 반드시 법적 분쟁만을 염두에 둔 행동은 아니다. 실제 이사 과정에서는 계약 종료일과 보증금 반환일, 이삿날 등을 임대인과 계속 협의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가 명확하면 이후 일정 조율에서 불필요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4. 좋은 매물보다 ‘보증금이 움직이는 날짜’를 먼저 봐야 한다
실거주 통보를 받은 임차인이 가장 조급해지는 순간은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왔을 때다.“이 집을 놓치면 비슷한 매물이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계약해도 될까요?”충분히 생길 수 있는 고민이다. 하지만 전세 갈아타기에서는 새집의 가격과 조건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 집의 보증금이 언제 돌아오는가다.
많은 임차인은 기존 집에서 반환받는 전세보증금을 다음 집의 잔금으로 활용한다.
자금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움직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날짜가 어긋날 때 발생한다. 새집 잔금일은 다가왔는데 기존 보증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차인은 그 사이 필요한 자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수 있다. 여기서 전세 이동 특유의 위험이 생긴다. 전세시장은 흔히 가격과 매물 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실제 집을 옮기는 임차인에게는 ‘가격 위험’ 못지않게 ‘일정 위험’이 중요하다. 조건이 좋은 집이라도 기존 보증금 반환 시점과 새집의 잔금일을 맞출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계약하기 어려운 매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새 전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기존 임대인과 보증금 반환 예정일을 확인하고 자신의 자금계획으로 날짜 차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임차인에게 좋은 집은 조건만 좋은 집이 아니라 자신의 자금 일정과 맞는 집이다.
5. 다음 집은 ‘완벽한 조건’보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사 가능성이 커지면 임차인은 자연스럽게 현재 집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찾게 된다. 위치와 면적, 층과 향, 내부 상태, 보증금까지 모두 만족하는 집을 찾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세 매물은 임차인의 만기 일정에 맞춰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새집을 알아보기 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 출퇴근 동선이 가장 중요한지, 자녀의 학교나 학원 이동을 우선해야 하는지, 층이나 향이 중요한지, 무엇보다 예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나눠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 포기하기 어려운 조건을 2~3개 정도 정하면 실제 매물이 나왔을 때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사 시점이 촉박할수록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만 기다리는 것은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완벽한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킬 조건과 양보할 조건을 미리 구분하는 것이다.
시장 해석|전세 갈아타기의 숨은 위험은 ‘시간차’다

전세 갈아타기는 구조적으로 두 개의 계약을 동시에 관리하는 과정이다. 현재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음 계약을 준비해야 하고, 그 사이에서는 큰 규모의 보증금이 이동한다. 이때 발생하는 며칠 또는 몇 주의 시간차가 임차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세시장을 임차인 관점에서 보면 가격만큼 중요한 것이 ‘시간의 유동성’이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매물이 있어도 내 보증금이 움직일 수 있는 시점과 맞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반대로 조건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기존 계약 종료와 보증금 반환, 새집 잔금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면 실제 이동 과정은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
독자 관점|불안할수록 ‘집 찾기’보다 상황을 숫자로 바꿔야 한다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하나씩 숫자로 바꾸면 상황은 달라진다. 계약 만기일은 몇 월 며칠인지 확인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예정일을 적는다. 새집에 사용할 수 있는 보증금 한도를 정한다. 필요한 경우 며칠 정도의 자금 공백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계산한다. 다음 집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을 2~3개로 압축한다.
막연한 불안이 날짜와 금액, 조건으로 바뀌면 판단 기준도 생긴다. 이때부터 부동산 매물을 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좋은 집인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일정과 자금으로 실제 들어갈 수 있는 집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기자 분석|임차인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한 계약’이다
실거주 통보 자체가 임차인에게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후 더 큰 위험을 만드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조급함일 수 있다. 좋은 매물이 사라질까 걱정돼 현재 계약과 자금 일정을 확인하기 전에 다음 집부터 계약하면 두 계약 사이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계약 상태와 보증금 반환 시점을 먼저 확인하면 임차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난다. 전세가격을 임차인이 결정할 수는 없다. 원하는 매물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도 알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 보증금이 언제 필요한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는 미리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불확실한 전세시장에서 임차인이 줄일 수 있는 위험은 ‘가격’보다 ‘순서’에 있다.
실거주 통보를 받았다면 이 5가지만 먼저 확인하자

이 다섯 가지를 정리하면 막연했던 걱정은 구체적인 일정과 자금의 문제로 바뀐다. 그다음부터 매물을 찾아도 늦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집’보다 ‘어떤 순서’다
집주인에게 “이번 계약이 끝나면 제가 직접 들어가겠습니다”라는 연락을 받으면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전세 이동에서는 빨리 집을 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세 이동은 현재 계약과 새로운 계약, 그 사이를 움직이는 보증금을 하나의 시간표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실거주 통보를 받았다면 먼저 임대차계약서를 꺼내 정확한 만기일과 갱신 이력을 확인해야 한다. 이어 실거주 통보 내용과 보증금 반환 시점을 정리한 뒤 자신의 일정과 자금에 맞는 집을 찾아야 한다. 실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 거절의 적법성은 실제 거주 의사와 계약관계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도 실제 거주 의사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계약갱신을 둘러싼 다툼이 예상되거나 자신의 계약관계가 불분명하다면 임대차계약서와 재계약 자료, 문자나 카카오톡 등 관련 기록을 토대로 법률 전문가나 주택임대차 관련 상담기관에 구체적인 확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은 임차인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하나다.
“새집을 찾기 전에 현재 계약부터 확인하라.”
문의: 헬리오홈톡 윤성현기자 (010-5291-10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