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 고(故) 이태석 신부와 인연을 맺었던 남수단 출신 조셉 볼(Joseph Bol)이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어린 시절 품었던 의사의 꿈은 한 가족의 나눔과 국제 의료 협력, 지속적인 인재 양성 지원이 더해지며 현실이 됐다.
어린 시절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던 남수단 소년 조셉 볼이 자국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한 사람의 꿈이 오랜 시간 이어진 교육과 나눔을 통해 결실을 맺으면서 국제개발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조셉은 어린 시절 남수단 톤즈에서 의료봉사에 헌신했던 고 이태석 신부를 만나 의사의 꿈을 키웠다. 이후 의학 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 교육병원인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최근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조셉이 전문의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경을 넘어 이어진 특별한 나눔이 있었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권성현 군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지만 끝내 의료인의 길을 걷지 못했다. 권 군의 부모는 "아들이 이루지 못한 꿈이 또 다른 청년을 통해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하며 이태석재단에 의과대학 6년 학비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태석재단은 그 뜻을 이어 조셉을 '권성현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전문의 교육 과정을 지원했다. 조셉은 장학금과 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수련을 이어갔고, 결국 남수단 의료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조셉을 직접 만난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구진성 대표는 "조셉은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의료인이었다"며 "무엇보다 생활 공간에 지금도 이태석 신부의 사진을 걸어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스승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셉 역시 권성현 군의 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진료할 때마다 두 분께 받은 사랑과 도움을 기억하겠다"며 "의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사랑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조셉의 성장 과정에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인연도 이어졌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외과 전문의 박기범 교수는 과거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 의료봉사와 교육 활동을 펼쳤다. 당시 박 교수에게 교육을 받은 의료진이 훗날 교수로 성장했고, 그 교수가 다시 조셉을 지도하면서 의료 교육의 선순환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조셉이 의료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셉의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구수환PD의 공감36.5'를 통해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개 후 이틀 만에 조회 수 8만 회를 돌파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교육과 나눔이 만들어 낸 변화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례는 이태석재단이 추진하는 '이태석 2.0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인재 양성 성과로도 의미를 더한다. 재단은 의료와 교육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인재 육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 9명이 한국을 찾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의과대학 졸업생 또는 졸업 예정자로 구성됐으며, 원광대학교는 교육과 기숙사 지원을 통해 남수단 의료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태석재단 관계자는 "한 사람에게 전해진 교육과 사랑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태석 정신'이 사람을 통해 사람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변화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사람의 꿈에서 시작된 변화는 한 나라의 의료 체계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됐다. 조셉 볼의 성장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교육과 나눔, 국제 협력이 만들어 낸 희망의 결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