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고전 ‘옹고집전’ 다시 쓴다…장애·비장애 배우 함께하는 음악극 ‘옹옹옹’

조선 후기 고전소설 ‘옹고집전’이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만드는 음악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극장은 고전의 해학에 동시대의 사회적 질문과 무장애 공연 방식을 결합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음악극 ‘옹옹옹’을 9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2021년부터 이어온 무장애 공연의 범위를 우리 고전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옹고집전’의 중심에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삶을 잃었다가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는 인물이 있다. 작품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날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모습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끌어낸다.


드라마투르그를 맡은 고주영은 옹고집을 하나의 인물에 한정하지 않는다. 가출 청소년과 비정규직 노동자, 난민, 장애인 등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또 다른 옹고집’으로 바라보며 이야기의 범위를 넓힌다.


극본과 연출은 서동민 작가와 강훈구 연출이 맡았다. 서동민 작가는 원작의 서사적 틀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음악극으로 각색했으며 강 연출은 놀이와 유머를 활용해 존재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무대에 담는다.


강훈구 연출은 불교의 ‘공’ 개념도 작품에 끌어들였다. 내가 누구인지 규정하는 고정된 정체성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지 되묻고 이를 유쾌한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음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록과 힙합, 테크노까지 넘나드는 음악그룹 상자루가 맡는다. 멤버들이 작곡과 음악감독, 연주에 직접 참여해 라이브 음악으로 작품의 풍자와 해학을 살린다.


출연진에도 특별한 구성이 눈에 띈다. 김유남이 진짜 옹고집인 ‘실옹가’를 연기하며 가짜 옹고집 ‘허옹가’는 추다혜, 김솔지, 류세일, 지혜연이 번갈아 맡는다.

특히 성악을 전공한 청각장애 배우 지혜연은 청력을 잃은 뒤 10년 만에 음악극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 선보인다. 인공와우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안정적인 음역을 찾으며 작품에 필요한 음악적 표현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의 무장애 요소도 작품의 핵심이다. 배우와 동일한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치돼 각 배우를 따라가는 그림자 통역을 제공한다.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오가는 장면의 움직임까지 통역에 반영해 농인 관객이 공연의 흐름과 설정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 자막과 음성 해설도 제공한다. 음성안내 수신기를 통해 공연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해 관객의 감각과 관계없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국립극장은 이번 작품을 통해 무장애 공연을 별도의 형식으로 구분하기보다 작품의 창작 과정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한다. 익숙한 고전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면서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작성 2026.08.14 09:08 수정 2026.08.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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