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환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당뇨병성 궤양을 상처의 형태와 상태에 맞춰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 및 약리학교실·근골격계 후성유전 노화 연구소 김우진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의대·브리검여성병원, 베스이스라엘디코니스병원, 연세대 연구진 등과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해 AI 기반 상처 인식 기술과 면역반응성 바이오잉크를 결합한 로봇 프린팅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실(BRL) 및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에는 같은 연구소 김기태 연구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기태 연구교수는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개발된 치료 소재가 만성 상처의 면역환경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작용 원리를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
당뇨병성 만성 상처는 지속적인 염증과 조직 내 산소 부족, 면역 기능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상처 회복이 어려운 질환이다. 특히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M1 상태에서 조직 재생을 돕는 M2 상태로 원활하게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 상처 치유를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존 치료법에서 사용되는 산소 공급 소재나 인공피부 패치는 상처마다 다른 형태와 크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산소를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방출하거나 미리 제작된 패치를 상처에 부착하는 방식으로는 불규칙한 모양의 상처에 정밀하게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소 공급과 면역조절, 조직 재생 기능을 하나의 바이오잉크에 결합했다. 바이오잉크에는 다공성 젤라틴 기반 구조체가 포함돼 세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옥수수 단백질인 제인으로 감싼 미세입자를 활용해 과산화칼슘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일정 기간 서서히 공급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인간 줄기세포를 바이오잉크에 함께 적용해 혈관 생성과 조직 재생에 필요한 신호물질이 분비되도록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산소는 초기부터 급격하게 방출되는 방식이 아니라 수일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돼 조직 재생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
여기에 AI 비전 기반 로봇 프린팅 시스템 ‘INSIGHT’를 결합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이 상처의 깊이와 형태, 색상 등을 분석하고 상처별로 적합한 인쇄 경로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후 실시간 영상 정보를 활용해 바이오잉크를 상처의 형태에 맞춰 여러 층으로 직접 출력한다.
환자마다 상처의 크기와 깊이, 모양이 다른 당뇨병성 궤양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패치를 미리 제작하지 않고 상처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바이오잉크를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기술의 특징이다.
당뇨병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도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개발된 시스템을 적용한 실험군에서 대조군보다 상처가 빠르게 회복됐으며, 육아조직 형성과 피부 재생, 혈관 생성 등이 촉진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면역학적 변화도 분석됐다. 김기태 연구교수 연구팀은 공간전사체 분석을 활용해 조직의 위치 정보를 유지하면서 각 부위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염증성 대식세포인 M1이 재생을 돕는 M2 대식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이 실제 조직 회복 부위와 연계돼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공간전사체 분석 결과는 개발된 바이오잉크가 단순히 상처 부위를 물리적으로 보호하거나 산소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처 주변의 면역환경을 조직 재생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여한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AI를 활용한 상처 진단과 맞춤형 바이오프린팅, 산소 조절 소재, 줄기세포 기반 면역조절 기술을 하나의 치료 플랫폼으로 통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당뇨병성 궤양을 비롯해 만성 염증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인해 치유가 어려운 다양한 난치성 상처 치료에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모델을 중심으로 치료 효과와 작용 기전을 확인한 단계인 만큼,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임상 연구와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