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아이폰 조립회사’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세계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네트워크 제품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순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폭스콘)은 12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적에서 매출 2조5,259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1%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599억7,000만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으며, 시장 예상치도 상회했다. 주당순이익은 4.27대만달러로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회사의 매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AI 서버가 포함된 클라우드·네트워크 제품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51%를 기록했다. 이 부문이 폭스콘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 소비자 전자제품 부문의 매출 비중은 29%로 낮아졌다. 폭스콘의 성장 중심이 스마트폰 조립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장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다만 “AI 서버 매출만 전체의 51%를 차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AI 서버를 포함한 클라우드·네트워크 제품군 전체 비중이 51%**이며, 이 부문의 급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 AI 서버라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폭스콘은 엔비디아의 최대 AI 서버 생산 협력업체 가운데 하나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빅테크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폭스콘의 고성능 AI 서버와 서버 랙 주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4분기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기반 AI 서버 랙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이후 세대로 제시한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사용될 예정이다.
폭스콘 경영진은 AI 서버 수요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산업 구조 변화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술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일반 기업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면서 향후 3∼5년 동안 서버와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실적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됐다. 폭스콘의 7월 매출은 9,465억 대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2% 증가했다. 월간 매출이 9,000억 대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네트워크 부문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폭스콘은 AI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자본지출을 전년보다 약 30% 늘릴 계획이다. 대만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 멕시코 등지에서 AI 서버 및 관련 부품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생산 기반 확대를 추진하며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을 분산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AI 서버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와 TSM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CoWoS 패키징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서버 출하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AI 서버는 제품 가격이 높지만 원가 부담도 커 일반 전자제품보다 수익률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폭스콘이 AI 서버 매출을 크게 늘리면서도 원가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시장도 폭스콘의 변신을 주목하고 있다. 폭스콘 주가는 2026년 들어 약 17%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대만 증시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해, 향후 주가 흐름은 AI 서버 사업이 실제 이익 증가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오랫동안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표적인 제조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은 회사의 중심축이 스마트폰에서 AI 데이터센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폭스콘은 단순한 전자제품 조립업체가 아니라 세계 AI 산업을 떠받치는 대규모 하드웨어·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A I 열풍의 진짜 수혜자가 알고리즘이나 반도체 설계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폭스콘의 실적을 통해 확인된다. 인공지능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서버를 조립하고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제조기업 역시 AI 경제의 중심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