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잇따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정반대의 통계가 나왔다. 7월 부산 민간아파트 전용 84㎡, 이른바 ‘국민평형’의 평균 분양가격이 한 달 만에 약 10% 떨어졌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부산 분양시장이 가격 조정 국면에 들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산 전역의 분양가격이 일제히 내려갔다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지역의 대규모 신규 공급이 평균가격을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부산 전용 84㎡ 평균 분양가 8억2875만원…한 달 새 9.99% 하락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부산 민간아파트의 전용면적 기준 ㎡당 평균 분양가는 1063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3.32% 하락한 수준이다. 평형별로 보면 하락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용 59㎡ 평균 분양가는 5억7447만원으로 전월 대비 1.27% 내렸다. 전용 84㎡의 평균 분양가는 8억2875만원으로 한 달 만에 9.99% 떨어졌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0.20% 낮은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을 배경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꾸준히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 84㎡ 가격이 한 달 사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시장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숫자를 곧바로 부산 전체 분양시장의 가격 하락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국 분양가는 역대 최고 수준…서울·경기 상승세 두드러져
부산과 달리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863만9000원이었다. 전월보다 0.74%, 전년 같은 달보다 9.60% 상승했다.
월별로 보면 상승 흐름은 더욱 분명하다. 4월 845만3000원이던 ㎡당 평균 분양가는 5월 855만4000원, 6월 857만6000원, 7월 863만9000원으로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021년 관련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의 오름폭은 더 컸다.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2422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4.16% 급등했다. 경기도도 1141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8.57% 올랐다. 전국적으로 공사비와 토지비 등 주택 공급 원가가 높아지면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격 부담이 계속 커지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만 유독 분양가격이 떨어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 분양가는 왜 떨어졌나…답은 ‘공급 지역’에 있다
7월 부산 분양가격 통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균 수치보다 먼저 ‘어디에서 어떤 아파트가 공급됐는가’를 봐야 한다.
7월 부산에서 신규 공급된 민간아파트는 총 820가구였다. 이 가운데 기장군 ‘부산 장안지구 B-2블록 중흥S-클래스’가 488가구를 차지했다. 전체 신규 공급 물량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이 단지의 ㎡당 분양가는 약 626만원이었다. 당시 부산 전체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낮은 장안지구에서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면서 부산 전체 평균 분양가격까지 함께 내려간 셈이다.
따라서 이번 통계를 근거로 “부산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10% 하락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한 시장 진단과 거리가 있다.
보다 정확한 해석은 이렇다. 7월 부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지역에 집중되면서 전체 평균 분양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부산 분양시장, ‘가격 하락’보다 ‘입지별 차별화’ 주목해야
이번 통계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부산의 분양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부산에서도 입지에 따라 분양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탄탄한 도심 핵심지역에서는 높은 토지가격과 건축비가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곽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지역 실수요자의 구매력, 가격 부담을 외면하고 분양가격을 결정하기 어렵다.
같은 부산에서도 입지와 상품성, 가격 경쟁력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갈리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부산 주택시장이 모든 지역과 단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입지가 좋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수요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움직이는 ‘선별적 시장’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10% 하락’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왜 떨어졌느냐다
7월 부산 전용 84㎡ 평균 분양가격이 한 달 만에 약 10% 떨어진 것은 분명 눈길을 끄는 수치다.
그러나 이 숫자 하나만으로 부산 분양시장 전체가 가격 하락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번 평균가격 하락에는 기장군 장안지구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다는 분명한 배경이 존재한다.
앞으로 부산 분양시장을 살필 때도 평균 분양가격의 등락만 좇아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물량이 공급됐는지, 해당 지역의 신축·구축 아파트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 입지와 상품성은 충분한지, 무엇보다 그 분양가격을 실제 수요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부동산에서 평균가격은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참고지표다. 평균이 곧 개별 단지의 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결국 주택의 실제 가치를 가르는 것은 입지와 가격이다. 여기에 그 가격을 받아줄 실수요가 존재하는지가 더해진다.
이번 부산 분양가격 통계가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분양가가 10% 떨어졌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이 왜 떨어졌는지를 읽어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