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위 부동산칼럼]빈 사무실을 집으로 주택공급 해법 될까 비아파트 세제 금융 지원이 관건

서울 빈 사무실이 청년주택으로 ‘오피스 주택’ 공급카드 다시 꺼냈다

공실 오피스 2000가구 집으로 바꾼다 뉴욕에서 찾은 주택공급 해법

“헐지 말고 집으로 바꾸자” 공실 오피스 주택 전환, 관건은 세제 금융

출처 : ChatGPT

“빈 사무실을 집으로” 주택공급 해법 될까 비아파트 세제 금융 지원이 관건

 

호텔 리모델링 경험 있지만 채광 난방 층간소음 등 구조적 한계 여전

 

뉴욕, 세제 혜택 앞세워 오피스 주거 전환 “국내도 금융지원으로 사업성 높여야”

 

서울 도심의 빈 사무실과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비주택 리모델링’이 주택 공급의 새로운 카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공실 오피스와 상가 등을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본격화하면서다. 다만 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데 구조적인 제약이 적지 않은 만큼 공급량을 유의미하게 늘리려면 임대건설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를 타고 서울 남산1호터널을 빠져나와 광화문·종로 도심으로 향하다 청계천과 만나는 지점에는 ‘파고다타워’가 있다. 옛 파고다어학원 건물이다. 주변에는 31층 삼일빌딩과 29층 한화사옥 등 고층 빌딩이 자리 잡고 있지만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이 뚜렷하다.

 

약 40년 동안 어학원 본사로 사용됐던 이 건물은 지난 5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저층부에는 피부과 등을 갖춘 메디컬센터가 들어섰고 고층부는 호텔로 바뀌었다. 급증한 의료관광 수요를 겨냥해 건축물의 용도를 전환한 사례다.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도 이처럼 기존 건물의 용도를 바꾸는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용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 대신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뉴욕시를 비롯한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활용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실 오피스와 상가 등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 공급 목표는 2000가구다.

 

비주택 리모델링 자체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과거에는 호텔이 주요 대상이었다.

 

한때 공급 과잉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관광객이 급감하자 상당수 호텔이 경영난에 직면했다. 호텔은 객실마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다른 용도의 건축물보다 상대적으로 주택 전환이 쉽다는 장점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2021년 호텔 등을 포함한 10개 건물을 기숙사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전환해 총 1291가구를 공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대학교 인근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122가구와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에스키스 가산’ 181가구다. 두 곳 모두 기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주거시설로 전환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택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2022년부터 중단됐다.

 

사업이 다시 등장한 것은 올해다. 다만 과거와는 방향이 달라졌다.

 

한류 열풍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호텔 수요가 회복되자 정부는 호텔 대신 공실 오피스와 상가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월부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변경하는 사업을 공고하면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했다.

 

문제는 실제 주택으로 전환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의 관련 보고서는 호텔의 주택 전환조차 바닥난방과 욕실 설치에 따른 구조 변경 부담, 주거성능 저하 우려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키스 가산의 공급·운영 주체인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 관계자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바닥”이라며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보강과 난방 배관 교체 등에 어려움이 있어 초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기존 호텔의 중앙 냉난방 장치가 그대로 남아 개별 가구에서 자유롭게 온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오피스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특히 채광과 환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건물은 주거시설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호텔을 주거용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는 한 임대건설사업체 대표는 “모든 객실에서 기본적인 채광을 확보해야 하는 호텔과 달리 오피스는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직접적인 채광이 닿지 않는 공간이 많다”며 “주거용으로 바꾸면 그런 공간의 활용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주거시설로 전환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춘 오피스 건물을 찾아내는 단계부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한계는 미국 뉴욕시가 앞서 경험했다.

 

뉴욕시는 원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20%를 웃돌았던 1990년대부터 오피스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뉴욕에서는 채광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정을 품은 네모난 건물이나 길쭉한 형태의 오피스가 주택 전환에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뉴욕시가 비주택 리모델링 시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세제와 금융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을 꼽는다.

 

이윤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는 1995년 비주거용 건물을 공동주택으로 전환하면 건물 가치 증가분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12년 동안 20~100%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시행했다.

 

정책 시행 기간 공급된 주택은 모두 1만2865가구에 달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뉴욕 원도심에서 증가한 전체 주택의 40%가 넘는 규모다.

 

뉴욕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자 2024년 리모델링에 대한 재산세 혜택을 다시 도입했다. 적용 기간도 25~35년으로 확대해 지원을 한층 강화했다.

 

대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도 부과했다.

 

공급 가구의 최소 25%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를 적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최소 5%는 지역 중위소득 40% 미만 가구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해당 임대주택이 다른 임대주택과 격리되지 않도록 출입구와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규정도 마련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오피스의 주택 전환이 충분한 수요와 사업성을 가지는지 불확실한 시기에 재정 지원 정책은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비주택 리모델링을 실질적인 주택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금리 인상과 전세사기 여파로 민간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된 상황인 만큼 공공 공급 확대뿐 아니라 민간 공급을 끌어내기 위한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비아파트 착공량은 3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 1만2000가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 1만3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는 서울 신축매입임대 물량을 제외하면 순수 민간 부문의 착공량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

국 공실 오피스와 상가의 주거 전환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주택 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금융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반도체 초과세수를 활용해 주택공급진흥기금 같은 별도 기금을 조성한 다음 행복주택 등 기존 공공임대주택 이하로 임대료를 제한하거나 20년 장기 거주를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등의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실 오피스와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정책은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면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건물 구조와 채광, 환기, 냉난방, 층간소음 등 물리적 한계에 더해 사업성이라는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뉴욕 사례처럼 세제 금융 지원과 임대료 규제를 연계해 민간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향후 사업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빈 사무실을 집으로 바꾸는 실험’이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을 보완할 새로운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의 : 031-563-2114

작성 2026.08.11 12:05 수정 2026.08.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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