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뒤 서울 아파트 매물이 일주일 새 2% 늘었다. 특히 강남3구와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매물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세 부담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출규제로 매수자의 자금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어서 매물 증가가 실제 거래 확대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1650건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 6만409건보다 1241건, 2.0% 증가한 규모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매물이 늘었다. 동대문구와 관악구는 사실상 보합권이었고 6개 구에서는 감소했다.
다만 아실의 수치는 온라인에 등록된 매물을 집계한 민간 데이터다. 실제 계약이 체결된 거래량과는 성격이 다르고 중복 매물 정리나 중개업소의 등록·삭제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매물 증가율은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거래 증가를 의미하는 통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역별 차이는 뚜렷했다. 성북구가 5.2%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5.0%, 강남구는 3.7% 늘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전체 매물은 3.5% 증가했고 마포·용산·성동구는 3.0% 늘었다. 모두 서울 평균 2.0%를 웃돈다. 반면 도봉구는 5.8% 감소했고 중랑·금천·강북·노원·구로구에서도 매물이 줄었다.
그러나 서울 전체 매물이 충분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6만1650건은 지난해 8월 6일 7만5187건과 비교하면 약 18% 적다. 단기간 매물은 늘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매물 부족 흐름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시장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이 있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한편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축소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도 줄이기로 했다. 종부세 개편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세제 변화가 예고되면서 강남권에서는 실거주 여부와 보유 기간, 매도 시점에 따른 세 부담을 따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호가가 조정됐다는 현장 전언도 있지만 실제 계약 움직임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량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늘었지만 가격은 보합이다. 급매물이 나오기 전엔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지표도 매물 증가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올라 직전 주 0.2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강남구는 0.01%, 서초구는 0.02%, 송파구는 0.15% 상승하는 데 그쳐 강남3구의 오름폭은 전주보다 모두 둔화됐다.
결국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매물 증가=가격 하락’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제개편 이후 일부 지역에서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신호는 확인되지만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고, 대출규제로 매수자의 자금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다. 향후 시장 방향은 매물 숫자 자체보다 실제 거래량과 급매물 출현 여부, 강남권 가격 조정 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살펴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한국AI부동산신문 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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