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 일부를 받지 못한 채 소유권을 먼저 넘기는 거래는 일반적인 매매보다 훨씬 세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미지급 금액이 수억 원에 이르고 지급 시점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단순히 근저당권 하나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수색증산뉴타운 증산5구역과 새절역세권 재개발 현장에서 15년 이상 중개업무를 해온 은평새땅집 와산교공인중개사사무소 심미선 대표가 최근 상담한 사례도 이와 같았다.
총 매매대금은 16억 원이었다. 그러나 잔금일을 앞두고 매수인이 약 3억 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매도인은 계약을 곧바로 해제하기보다 나머지 대금을 받은 뒤 소유권을 이전하고, 부족한 3억 원은 추후 지급받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제는 미지급 잔금 3억 원의 지급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못 받은 3억 원만큼 매도인 앞으로 근저당권만 설정하면 안전하지 않을까.”
그러나 거래의 핵심은 근저당권 설정 여부만이 아니다.
매도인이 3억 원을 받지 못한 채 소유권을 먼저 넘기는 순간, 매도인의 지위는 ‘부동산 소유자’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미지급 잔금, 약정이자, 최종 변제기, 지연손해금, 근저당권, 담보순위, 동시 등기까지 하나의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3억 원’을 명확하게 적는 것이다
매매대금은 16억 원이고 원래 잔금일에는 매매대금 전액이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매수인이 3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는데도 매도인이 소유권을 넘긴다면, 실질적으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을 유예해주는 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 단순히
“잔금 3억 원은 추후 지급한다.”
정도로 기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추후’라는 표현에는 날짜가 없다.
언제까지 지급할 것인지, 그 기간 동안 이자를 받을 것인지, 약속한 날짜를 넘기면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지까지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금액이 3억 원이라면 문구 하나의 차이가 향후 채권 회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급을 기다리는 기간에는 약정이자를 검토할 수 있다
매도인은 원래 잔금일에 받아야 했던 돈을 일정 기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유예 기간에 적용할 약정이자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잔금일이 10월 30일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미지급 잔금 3억 원에 대하여 10월 31일부터 최종 변제기까지 연 ○%의 약정이자를 지급한다.”
약정이자의 지급방법도 정할 필요가 있다.
매월 특정일에 이자를 지급할지, 원금 상환 시 한꺼번에 정산할지 합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을 구분하는 것이다.
최종 변제기까지는 정상적인 지급유예 기간으로 보고 약정이자를 적용하고, 최종 변제기를 넘긴 뒤부터는 지연손해금을 적용하는 구조를 검토할 수 있다.
같은 기간에 두 금액이 중복 적용되지 않도록 계약서에 적용 시점을 분명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 마련되는 대로 주겠다”는 말만 믿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최종 변제기다.
매수인이 실제로 갚을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지급하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3개월 뒤가 될지, 6개월 뒤가 될지, 1년 뒤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상환 예정일을 지금 당장 특정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아무리 늦어도 이 날짜까지는 갚는다’는 최종 변제기는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매수인은 자금이 마련되는 즉시 미지급 잔금 300,000,000원을 상환하되, 늦어도 20○○년 ○월 ○일까지 전액 상환한다.”
이렇게 하면 매수인은 그 전에 언제든 조기상환할 수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도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근저당권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몇 순위인가’
미지급 잔금 3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 매도인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실제 원금은 3억 원이지만 채권최고액은 원금보다 높게 정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원금의 130%를 채권최고액으로 정한다면 3억 원의 130%는 3억9천만 원이다.
다만 채권최고액을 3억9천만 원으로 정했다고 해서 매수인이 반드시 3억9천만 원을 갚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미지급 원금은 3억 원이다.
채권최고액은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권의 최고 한도를 의미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근저당권의 순위다.
예를 들어 매수인이 은행대출을 이용하면서 은행이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매도인이 2순위가 된다면, 향후 경매가 진행될 경우 선순위 권리자가 먼저 배당을 받는다.
따라서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니 3억 원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부동산 시세만 볼 것이 아니라 선순위 대출의 실제 채무액과 채권최고액, 기존 임차보증금, 압류·가압류 여부, 다른 담보권 등 전체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근저당권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담보가치다.
소유권부터 넘기고 근저당은 나중에?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매도인 입장에서 특히 피해야 할 상황이 있다.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부터 넘긴 뒤
“근저당은 며칠 후 설정해드리겠다.” 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3억 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이 먼저 이전되고 이후 담보 설정에 문제가 생기면 매도인은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잔금일 전에 담당 법무사에게 거래 구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매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매도인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같은 날, 약정한 순위대로 접수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대출이 함께 실행되는 거래라면 금융기관과 법무사 사이의 사전 협의도 필요하다.
매도인의 근저당권이 실제로 몇 순위로 들어가는지 잔금일 전에 확인해야 한다.
실제 계약에서 검토할 수 있는 특약 예시
다음 내용은 거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예시다.
실제 계약에 그대로 사용하는 표준 문구는 아니며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대출 구조, 당사자 간 합의 내용에 따라 법무사 또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하다.
미지급 잔금 및 근저당권 설정 관련 특약 예시
1) 본 부동산의 총 매매대금은 금 1,600,000,000원이며, 잔금일 현재 지급되지 않는 금 300,000,000원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합의에 따라 지급을 유예한다.
2) 매수인은 미지급 잔금 금 300,000,000원에 대하여 당초 잔금일 다음 날부터 약정한 최종 변제기까지 연 ○%의 약정이자를 지급한다.
3) 약정이자의 지급방법은 매월 ○일 지급 또는 원금 상환 시 일괄 지급하는 방식 중 당사자가 합의하여 정한다.
4) 매수인은 자금이 마련되는 즉시 미지급 잔금 300,000,000원을 상환하되, 늦어도 20○○년 ○월 ○일까지 전액 상환한다.
5) 매수인이 최종 변제기까지 미지급 원금을 전액 상환하지 않을 경우 최종 변제기 다음 날부터 실제 상환일까지 미상환 원금에 대하여 연 ○%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6) 최종 변제기까지는 약정이자를 적용하고 최종 변제기 다음 날부터는 지연손해금을 적용하며 동일 기간에 이를 중복 적용하지 않는다.
7) 미지급 잔금 및 이에 따른 약정이자·지연손해금 등 피담보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 매도인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채권최고액은 금 ○○○원으로 정한다.
8) 근저당권 설정등기는 매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같은 날 약정한 순위에 따라 접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9) 금융기관 등 다른 담보권이 동시에 설정되는 경우 당사자는 등기순위와 채권최고액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매도인의 근저당권 순위를 명확히 정한다.
10) 매수인은 매도인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매도인의 담보순위를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담보가치를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다.
11) 미지급 원금 및 약정이자·지연손해금 등 피담보채무가 모두 변제된 경우 매도인은 근저당권 말소에 필요한 절차에 협조한다.
근저당권 설정 및 말소에 필요한 비용의 부담 주체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정한다.
약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약정이자나 지연손해금을 정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제한 없이 높은 이율을 정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례는 일반적인 금전대차와 달리 부동산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을 유예하는 거래다.
계약 구조에 따라 법률적 평가와 적용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계약에서는 약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의 적용 가능 여부, 적용 시점과 수준을 법무사·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확인한 뒤 확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억 원의 채권이 걸린 계약에서는 문구 하나가 향후 분쟁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양도소득세의 양도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세금 문제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매도인이 3억 원을 나중에 지급받는다고 해서 마지막 3억 원을 받는 날까지 항상 세법상 양도시기가 미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대금이 완전히 청산되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실제 등기 시점 등이 세법상 양도시기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부담이 중요한 거래라면 계약을 확정하기 전에 매매계약서와 미지급 잔금 약정, 소유권이전 예정일 등을 세무사에게 함께 보여주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법률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해서 세금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반드시 확인할 7가지
심미선 대표는 수색증산뉴타운과 새절역세권 재개발 현장에서 오랫동안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큰 금액의 거래일수록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례에서 매도인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일곱 가지다.
첫째, 미지급 원금 3억 원을 계약서상 명확하게 확정해야 한다.
둘째, 지급유예 기간에 적용할 약정이자를 정해야 한다.
셋째, 정확한 상환 예정일이 불확실하더라도 최종 변제기는 반드시 정해야 한다.
넷째, 최종 변제기를 넘겼을 때 적용할 지연손해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미지급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 설정을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근저당권이 몇 순위인지와 실제 담보가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곱째,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같은 날 약정한 순위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거래의 끝은 소유권이전이 아니라 ‘대금 회수’다
16억 원의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잔금 중 3억 원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서 계약을 반드시 해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있다면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을 유예하고 담보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3억 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을 먼저 넘긴다는 점이다.
이 순간부터 거래의 핵심은 ‘소유권을 넘길 것인가’가 아니라 ‘못 받은 3억 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로 바뀐다.
따라서 단순히 근저당권 하나를 설정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부족하다.
미지급 잔금 확정 → 약정이자 설정 → 최종 변제기 확정 → 지연손해금 약정 → 근저당권 설정 → 담보순위 확인 → 소유권이전과 담보권 설정 동시 진행 → 전액 변제 후 담보 말소
이 흐름 전체를 하나의 계약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심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계약은 돈을 덜 받은 사실 자체보다 그 돈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받을지 정하지 않은 계약”이라며 “소유권부터 넘긴 뒤 담보를 나중에 정리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는 등기부에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도인이 받아야 할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돼야 비로소 거래가 마무리된다.
특히 수억 원의 잔금을 나중에 받는 거래라면 일반적인 계약서에 특약 몇 줄을 추가하는 정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등기부상 권리관계, 매수인의 자금조달 방법, 금융기관 대출 규모, 선순위 담보권, 임차보증금, 근저당권 순위와 실제 담보가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법률과 세금 문제도 거래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법무사·변호사·세무사 등 전문가에게 계약 구조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하루지만, 못 받은 돈을 회수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잔금 일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는 거래라면 계약 체결보다 먼저 ‘이 돈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거래의 완성은 등기가 아니라 매매대금의 안전한 회수에 있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다. 개별 거래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 아니며 실제 계약에서는 부동산의 권리관계, 금융기관 대출 조건, 당사자 간 약정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계약 체결 전 법무사·변호사·세무사 등 관련 전문가의 개별 검토가 필요하다.
문의:심미선(010-2004-55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