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현지에서 건강식품을 구매할 때, 표시된 판매가격이 아니라 제품별 주성분 함량과 정수(錠數)를 동일 기준
으로 환산해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식품 구매 기준은 이미 한 단계 정교해졌다. 과거에는 칼로리를 낮추는 체중 관리가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당류와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등 개별 영양성분을 따져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제품 포장의 영양정보와 원재료를 직접 확인하고, 자신의 생활 습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이런 흐름을 '건강지능(HQ·Health Intelligence)'이라는 키워드로 제시했다. 건강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해해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해외 여행지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던 소비자도, 낯선 브랜드와 제한된 시간, 언어 장벽이 겹치는 현지 매장에서는 판매가격과 구두 설명에 의존하기 쉽다.
건강식품은 특히 단순 가격 비교가 성립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같은 성분을 표방하더라도 브랜드마다 1정당 주성분 함량이 다르고, 한 통에 담긴 정수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통 단위 가격만 놓고 비싸다 싸다를 판단하면 실제 지불 단가를 오판할 수 있다. 결국 비교의 출발점은 '이 제품 한 통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주성분 몇 ㎎을 얼마에 사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확인 필요성을 환기하는 현지 상황도 전해졌다. 여행신문은 지난 7월 31일 시드니 주요 관광지 일대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소문'이 배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소문에는 "패키지여행 중 판매되는 건강 제품들은 호주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한국 관광객을 겨냥해 제작된 제품"이라는 주장과 함께, 판매 가격에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되는 커미션이 포함돼 일반 시중 제품보다 높게 책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행업계에서는 저가 패키지 경쟁과 지상비 구조 문제가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대응은 분명하다. 출국 전 구매를 고려하는 성분과 목표 함량을 미리 정해두고, 현지에서는 제품 표시사항의 주성분명과 함량, 정수를 확인해 1정당 단가로 환산해보는 것이다. 동일 성분 제품의 현지 약국이나 일반 유통 채널 가격을 사전에 파악해두면 비교 기준이 한층 명확해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저칼로리나 고단백처럼 하나의 기준만 보는 데서 벗어나 당류와 지방, 원재료, 영양성분을 함께 비교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건강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분과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서도 유효한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