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2027년도 국방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16% 늘려 사상 처음으로 1조 대만달러를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대만에 자체 방위력 강화를 요구하면서 양안관계와 동아시아 안보질서에도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로이터통신은 9일 대만 행정원이 2027년도 국방 관련 예산을 1조1000억 대만달러 이상, 미화 약 310억 달러 규모로 편성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와 해안순방서, 퇴역군인 관련 지출과 특별방위사업을 합한 금액으로,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예산안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주변 군사활동이 일상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미사일과 무인기, 방공체계,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중국과 정면으로 대규모 무기체계를 경쟁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공격을 지연하거나 저지할 수 있는 이동식 미사일과 드론, 기뢰, 해안방어체계를 확대해 왔다.
라이칭더 대만 당국 지도자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려면 국방예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만의 국방비를 2026년 GDP의 3% 이상으로 높이고 2030년에는 5%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역시 대만이 방위비 지출과 자체 방어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대만군이 연례 한광(漢光)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2026년 훈련은 열흘 동안 계속되며, 중국군의 상륙과 해상봉쇄, 미사일 공격, 사이버공격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실시되고 있다. 주요 공항과 교량, 도시 기반시설 방어훈련도 포함됐으며 5000명 이상의 예비군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군은 이번 훈련에서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의 긴급 출격과 재무장, 폭격으로 손상된 활주로의 신속한 복구, 주요 국제공항과 타이베이 진입 교량 방어 등을 점검했다. 최근 도입한 미국제 M1A2T 에이브럼스 전차도 훈련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며 외부 세력의 군사적 개입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가운데서도 핵심이며,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무력사용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베이징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대만의 국방예산 증액과 미국산 무기 도입이 구체화하면 중국이 군사훈련이나 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6년도 국방예산은 전년보다 7% 늘어난 1조9100억 위안, 약 2830억 달러 규모다. 절대 규모로는 대만보다 훨씬 크지만 중국은 넓은 영토와 해상교통로 방어, 군 현대화와 국제평화유지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상적인 예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만 국방예산안이 원안대로 확정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예산안은 입법원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 입법원은 국민당과 민중당 등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야권은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무기 구매의 효율성과 재정 부담, 미국산 무기의 인도 지연 등을 문제로 제기해 왔다. 지난 추가 국방예산 심의에서도 대만 당국이 요청한 금액의 일부가 삭감됐다.
대만의 국방비 확대는 양안관계를 넘어 미중 전략경쟁과 일본의 방위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은 최근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대만 주변 군사활동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지목했고, 중국은 일본이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 대만 문제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며 항의했다.
한국에도 대만해협의 안정은 중요한 문제다. 대만해협은 한국의 원유·원자재 수입과 반도체·자동차 수출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교통로이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물류와 금융시장, 반도체 공급망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관리하고, 대만해협 문제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게 된다.
대만의 국방예산 확대가 실제 억지력을 높여 충돌을 예방할지, 반대로 중국의 대응을 불러 양안 군비경쟁을 가속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대만해협이 미중 경쟁과 동아시아 안보정세를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