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년간 병마와 함께 살아온 소인후 씨가 삶의 마지막 순간,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남겼다. 가족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아들의 일부라도 세상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의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생명을 나누는 마지막 선택'이 네 사람의 새로운 삶으로 이어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1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소인후(34)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과 간,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삶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4명의 환자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됐다.
소 씨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병마와 함께했다.
199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7개월 무렵 경기 증상을 보인 뒤 뇌전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보조기의 도움을 받아 걸었고, 20대 초반에는 심한 폐렴으로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다. 이후 건강이 크게 악화되면서 10여 년 동안 가족의 돌봄 속에서 생활했다.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생명나눔'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 양영희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 절차를 설명받은 뒤 "오랫동안 아팠던 아이였기에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일부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말보다 미소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었다.
소 씨는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가 말을 건네면 환한 미소로 답했고, 그 웃음은 오랜 간병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인후를 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후가 나를 살아가게 해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평범한 하루는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소 씨는 집에서 애국가를 듣거나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잠에서 쉽게 깨지 않을 때도 애국가가 들리면 눈을 떴고, 스포츠 중계가 시작되면 텔레비전 쪽으로 몸을 돌려 밝게 웃었다. 외출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 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머니와 활동지원사는 계절과 날씨를 고려해 침낭으로 몸을 감싸는 등 안전한 외출을 위해 세심하게 보살폈다.
마지막 인사는 끝내 사랑이었다.
어머니 양영희 씨는 "인후야,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마. 엄마 마음속에는 언제나 네가 함께 있다. 너를 키우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운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의 담담한 고백은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긴 시간과 깊은 사랑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번 생명나눔이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오랜 시간 가족의 사랑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소인후 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선택을 했다"며 "큰 슬픔 속에서도 '생명나눔'을 실천한 유가족에게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장기기증이 한 사람의 삶을 마무리하는 선택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을 이어주는 사회적 가치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의료계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여전히 많은 만큼 생명나눔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