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술·무역 갈등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과 기관 7곳을 대상으로 거래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드론과 핵심 부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의 갈등이 관세를 넘어 첨단기술, 인증제도, 공급망 관리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일 미국의 응용DNA과학회사(Applied DNA Sciences), 알타나테크놀로지스, 책임기업연합(RBA), 베리테그룹 등 6개 기업과 단체를 반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기업과 개인은 이들 기관과 거래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측은 해당 기관들이 미국 정부의 신장 관련 제재를 지원했다는 점을 조치의 이유로 제시했다. 별도로 미국 합규성검사회사(Compliance Testing LLC)에도 거래 제한 조치를 적용해 이번 제재 대상은 모두 7곳으로 늘어났다.
드론 분야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중국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통제 대상 드론과 핵심 부품, 관련 기술에 대해 간소화된 허가 절차를 적용하지 않고 건별로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 전면적인 수출 금지는 아니지만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질 수 있어 미국 드론 산업의 공급망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 인증기관이 중국 내 공장에서 진행하던 일부 후속 검사 업무도 중단시켰다. 아울러 외국산 인쇄·복사 사무기기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차원의 무역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 제재에 그치지 않고 제품 인증과 수입 조사 등 제도적 영역까지 확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대응은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업체와 시험기관, 드론, 소비자용 공유기, 해저케이블, 첨단 로봇 장비와 전력 인버터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말 40여 개 중국 기관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관련 명단에 추가한 것도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절제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양국 경제 관계의 안정을 중시하지만 미국이 추가 제한을 시행하면 중국 역시 반격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아직 전면적인 경제제재보다는 특정 기업과 핵심 기술을 겨냥한 제한 조치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면충돌은 피하면서도 상대국 산업에 실질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정밀 제재’를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론과 통신장비, 로봇, 데이터센터 부품처럼 민간과 안보 분야에서 동시에 활용되는 기술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갈등의 파급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은 제품 생산뿐 아니라 부품 조달, 시험·인증, 해외 판매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이 첨단기술을 국가안보와 직접 연결하면서 기술 경쟁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다툼을 넘어 제도와 공급망을 둘러싼 장기전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기업도 중국산 부품과 미국의 기술·인증체계에 동시에 연결돼 있는 만큼, 규제 변화와 공급망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