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지킨 이름 없는 가족들…유가협·민가협 40년 한자리에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거리에서 싸운 사람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이름 없이 기다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가족들이 있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그들의 40년을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8월 12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유가협·민가협 40주년 기념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를 연다. 이번 전시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자와 구속자의 가족들이 만들어 온 연대와 기록을 중심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역사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가 주목하는 대상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 아니라 그들을 끝없이 기다렸던 가족들이다. 군사정권 시절 구속과 고문, 의문사로 가족을 잃거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이들은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를 찾아 나섰다. 교도소 앞과 법원, 장례식장에서 이어진 만남은 조직적인 시민운동으로 발전했고, 훗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사업회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들이 남긴 편지와 메모, 육필 원고, 사진, 영상 증언 등을 공개한다. 기록물 하나하나에는 자식을 기다리던 부모의 시간,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평범한 시민이 감당했던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


관람객은 시대순 기록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가족들이 겪은 감정과 실천의 흐름을 따라 전시를 마주하게 된다. 상실의 순간에서 시작해 기억을 지키려는 노력, 연대의 형성, 사회를 움직인 행동,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활동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민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사업회는 이번 전시가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민주유공자 예우와 과거사 진상규명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를 돌아보고, 민주주의를 지켜 온 시민들의 역할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평범한 가족들이 서로를 붙잡고 버틴 시간이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가정을 지키던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기록이자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밝혔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민주주의를 완성한 또 하나의 주인공인 가족들의 삶을 기억하는 자리"라며 "그들의 기록을 사회의 공동 자산으로 남겨 미래 세대에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작성 2026.08.06 10:21 수정 2026.08.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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