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김남순 시인의 '다행'이 건네는 유쾌한 위로

목에 걸린 가시, 유쾌한 반전이 되다

고통마저 웃음으로 바꾸는 마음 연금술

서툰 하루가 남긴 소박하고 다정한 안도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가신 통증마저 미소로 바꾸는 마음의 연금술

 

얼마 전 저녁 식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갓 구운 생선 한 점을 밥 위에 얹어 맛있게 삼키려던 찰나, 목구멍 안쪽이 따끔했습니다. 캑캑거리며 물을 들이켜도, 밥 한 숟갈을 크게 삼켜봐도 이물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죠. 결국 늦은 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목구멍에 콕 박힌 작고 뾰족한 가시 하나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서고, 모처럼의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 엉망이 되었다며 속으로 짜증을 삭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득, 저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도 미간을 찌푸리는 대신 아주 엉뚱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 시인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을 찌르는 수많은 가시를 뽑아낼 가장 지혜로운 처방전일지도 모를, 따뜻한 아하시 한 편을 꺼내어 봅니다.

 

다행

 

식사 후 목이 불편해
응급실에 갔다


"목에 가시가 걸렸습니다."

 

가시라면 찔러야지
왜 걸렸지?


오늘은
제 역할 안 했다.

 

_김남순

 

살면서 응급실 문턱을 넘는 일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경험입니다. 더군다나 그 원인이 생선 가시 하나 때문이라면, 아픈 것을 넘어 허탈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시인은 원망의 대상을 향해 날을 세우는 대신, 가시를 향해 귀여운 호통을 칩니다. 본연의 임무인 '찌르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내 목에 '걸려버린' 가시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이 기막힌 반전 앞에서, 잔뜩 곤두서 있던 마음의 빗장이 탁 하고 풀려버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도 하루가 멀다고 이런저런 가시들이 날아와 꽂힙니다. 때로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날 선 말 한마디가 목에 걸리고, 때로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팍팍한 현실이 가슴을 후벼 팝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처를 준 세상과 사람을 원망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곤 하지요. 

 

오랫동안 거친 제복을 입고 세상의 가장 치열하고 날 선 현장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나를 찌르는 고통 앞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권리만큼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인권과 존엄이라는 거창한 단어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타인이나 상황이 던진 가시에 내 마음의 평화를 통째로 내어주지 않는 것, 상처받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그 상황을 유쾌하게 비틀어버리는 단단한 내면을 갖추는 일입니다. 

 

오늘 당신의 일상에 성가신 가시 하나가 걸려 있다면, 너무 아파하거나 자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요 녀석, 오늘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엉뚱한 데 걸려 있네"라며 가볍게 털어내고 한 번 씩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당신의 오늘을 더욱 다정하게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시인 소개

사진=김남순 시인

 

삶의 소박한 풍경 속에서 보석 같은 웃음을 길어 올리는 김남순 시인은, 누구보다 다정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자입니다. 늦은 밤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찰나조차 유쾌한 반전으로 바꾸어내는 그의 품 넉넉한 글솜씨는, 오랜 시간 문학을 향해 쏟은 치열한 열정의 결실입니다.

 

과거 종이접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곱게 접어 올리듯 온기를 나누었던 그는, 이제 뾰족한 일상의 가시조차 둥글게 품어내는 따뜻한 시의 언어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작성 2026.08.03 13:56 수정 2026.09.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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