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세안, 디지털 공동시장으로 간다…AI·데이터·결제망 협력 확대

AI 산업혁신센터 출범…디지털아카데미·스마트제조·국경 간 데이터 협력 본격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에 조성된 중국–아세안 인공지능 혁신협력센터]_ 

중국과 아세안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디지털 인프라를 포괄하는 장기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개별 기업의 통신망·전자상거래 사업을 넘어 공동 연구와 인재 양성, 기술표준 및 AI 거버넌스를 포함하는 지역 디지털 생태계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지난 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6차 중국–아세안 디지털장관회의에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행동계획 2026∼2030》을 채택했다.

행동계획은 앞으로 5년 동안 양측이 디지털정책과 발전전략을 조율하고 정보통신 인프라와 신흥 디지털기술, 사이버보안 및 디지털 인재 양성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아세안 AI 산업혁신센터 출범

이번 협력의 핵심은 중국–아세안 인공지능 산업혁신센터다. 최근 베이징에서 출범한 혁신센터는 중국과 아세안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다자간 AI 협력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센터의 주요 기능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우선 중국과 아세안이 대형언어모델과 산업용 AI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이를 제조업과 농업, 물류 및 의료 현장에 적용한다.

둘째, 양측 기업의 기술·투자 교류를 지원하는 AI 산업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셋째, AI 안전과 윤리, 기술표준 및 관리제도를 공동으로 연구한다. 넷째, 아세안 국가의 AI 인프라와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해 국가 간 기술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은 AI 기술을 단순히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산업과 결합한 응용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업의 클라우드와 통신장비,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아세안의 제조업 및 물류망과 연결하는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아카데미에서 전문인력 양성

중국과 아세안은 2026년 안에 ‘중국–아세안 디지털아카데미’도 설립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서는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보안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디지털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통신 인프라와 전문인력 수준에 차이가 크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은 비교적 높은 디지털 경쟁력을 갖췄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전문 기술자와 데이터센터, 초고속 통신망이 부족하다.

중국은 장학사업과 공동교육과정, 기술자 연수 및 현지 교육센터를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대학과 기업이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아세안의 대학·연구기관이 현지 실습과 인력 선발을 담당하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무역지대 3.0, 디지털 규범 담아

중국–아세안 디지털 협력은 자유무역협정과도 연결된다. 2025년 10월 체결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 3.0 업그레이드 의정서는 기존 상품·서비스 교역을 넘어 디지털경제와 녹색경제, 공급망 연결 및 중소기업 협력을 새로운 핵심 분야로 포함했다.

특히 디지털경제 분야에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와 전자인증, 디지털 서비스무역,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종이 서류 대신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을 인정하고 통관·물류 정보를 연결하면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과 결제·물류업체에는 아세안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아세안의 중소기업도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농산물과 식품, 생활용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디지털 결제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결제와 디지털 위안화, 아세안 각국의 QR결제망이 연결되면 관광객과 무역기업이 달러를 거치지 않고 현지통화 또는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

 

동남아 생산기지의 디지털 전환 가속

스마트제조는 중국–아세안 협력의 또 다른 핵심 분야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전기차·배터리·전자제품 및 태양광 관련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AI와 산업용 로봇, 사물인터넷 및 디지털 물류망이 적용되면 중국과 아세안의 생산공정이 하나의 데이터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통관, 운송 및 판매까지 공급망 전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에는 제조업의 생산성과 기술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된다. 중국 기업에는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동남아시아의 성장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주권·기술 의존은 과제

협력이 확대될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데이터가 어느 국가에 저장되는지, 기업과 정부가 개인정보에 어느 범위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에 관한 국가별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클라우드와 통신장비,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아세안 국가의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이버공격과 개인정보 유출, AI 편향 및 허위정보 문제에 대한 공동 기준도 필요하다.

아세안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면서도 미국과 일본, 한국, 유럽연합 등 다양한 국가와 디지털 협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국가의 기술이나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투자와 기술 이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

중국–아세안 디지털경제권의 확대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클라우드·전자상거래·결제 플랫폼이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면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통신장비, 스마트공장, 금융기술, 교육 콘텐츠 및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중국–아세안 협력망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과 경쟁하는 동시에 공동표준과 제3국 사업에서는 협력하는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아세안 디지털 협력은 이제 개별 사업을 넘어 제도와 인프라, 인재를 연결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향후 아시아 디지털경제의 주도권은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는가뿐 아니라 데이터와 인력, 시장을 얼마나 신뢰성 있게 연결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08.02 08:17 수정 2026.08.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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