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AI 인재 양성 지원 확대…개도국에 5년간 5천 명 연수 제공

아세안·아프리카·중남미 등에 AI 협력센터 구축…기술교육 넘어 국제표준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 포석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자국 내 AI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수준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의 기술자와 정책 담당자를 교육하고, 지역별 AI 응용협력센터를 구축해 세계 AI 교육과 기술협력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17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 및 AI 글로벌 거버넌스 고위급회의’ 개막 연설에서 향후 5년 동안 개발도상국에 5천 명의 AI 전문연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약 1천 명의 해외 인재를 중국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연수시설에서 교육하는 규모다.

중국은 아세안(ASEAN),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AU),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를 대상으로 국제 AI 응용협력센터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이 제시한 연수 지원이 단기 초청교육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연구·교육·산업협력 거점 구축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AI를 ‘국제 공공재’로

중국 정부는 이번 계획을 세계 AI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정책으로 설명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AI 기술과 투자가 집중되면서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전문인력과 컴퓨팅 자원, 데이터, 교육과정이 부족해 AI 산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이러한 격차를 ‘지능 격차’ 또는 ‘수지 격차(数智鸿沟)’로 규정하고 있다. AI 기술이 일부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에만 집중될 경우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AI를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하는 상품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이용해야 할 ‘국제 공공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 의장성명에서도 AI 혁신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인재를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혁신 능력, 국제적 시각을 갖춘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기술 활용 교육과 함께 데이터 안전, 알고리즘 윤리, 개인정보 보호, 고용 변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도 교육과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기업·연구기관 연결하는 교육체계 추진

중국의 AI 인재 양성 전략은 해외 연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 교육부 등 5개 부처는 2026년 4월 ‘AI+교육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과 직업교육,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AI 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와 교육이 깊이 결합된 체계를 구축하고, AI 전문인력의 양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에는 AI·수학·컴퓨터공학·로봇·데이터과학을 결합한 융합전공을 확대하고,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과 대학의 공동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세계디지털교육대회와 세계 무크(MOOC)·온라인교육 관련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중국의 온라인 강좌와 디지털 교육자료를 해외 대학 및 교육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다. 글로벌 남방 국가 교사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원연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지역별 교육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 대상 AI 인재 양성계획’과 ‘란창강·메콩강 국가 AI 전문연수’ 등을 운영해 주변국의 공무원, 연구자, 교사,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AI 정책과 산업 적용 사례를 교육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단기연수 사업이 국제 AI 응용협력센터와 연결되면서 공동연구와 창업, 기술 실증, 산업인력 양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인재 양성과 중국 기술의 해외 진출 결합

중국의 이번 정책에는 개발도상국의 AI 역량을 높인다는 목적과 함께 중국의 기술·산업 생태계를 해외로 확대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중국에서 연수를 받은 해외 기술자와 정책 담당자가 자국으로 돌아가 중국산 대형언어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통신장비,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AI 교육을 통해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표준과 데이터 처리방식, AI 거버넌스 원칙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은 서방의 고가 폐쇄형 AI 모델과 차별화해 저비용·개방형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공개된 소스와 교육자료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현지 언어와 산업 환경에 맞는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은 인재교육과 실제 적용사업도 연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상위성과 AI를 결합한 조기경보 시스템 ‘마쭈(妈祖)’를 30개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해당 국가의 기술인력이 중국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뒤 자국의 기상관측과 재난대응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교육·기술·공공서비스를 하나의 국제협력 사업으로 묶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지원 규모보다 지속성이 관건

그러나 향후 5년간 5천 명이라는 연수 규모만으로 세계적인 AI 인력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수요를 고려하면 연평균 1천 명은 상징적인 규모에 가깝다.

연수 대상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발할지, 교육비와 체류비를 중국이 어느 정도 부담할지, 교육 언어와 기간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기 연수를 마친 인재가 귀국한 뒤 연구와 산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현지 대학·기업과 후속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중국산 플랫폼과 장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저렴한 AI 기술과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 기술 종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연수사업의 성과는 교육 인원보다 현지의 독자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AI 인재 경쟁, 국가에서 세계 네트워크로

세계 AI 경쟁은 이제 우수한 연구자 몇 명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자국의 교육과 기술표준을 공유하는 국제 인재 네트워크 구축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고급 연구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교육 기회와 응용기술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협력권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AI 인력 확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의 대학·연구기관과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한국의 교육기술과 AI 서비스가 현지 인재 양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중국의 세계 AI 인재 양성 지원은 단순한 교육 원조가 아니다. 미래 산업의 기술표준과 국제협력 질서, 국가 영향력을 둘러싼 장기 전략에 가깝다. 중국이 제시한 5천 명의 연수생이 각국의 AI 산업과 정책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할 경우, 이번 계획은 세계 AI 생태계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07.29 17:04 수정 2026.07.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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