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정치가 교육을 삼키는 순간, 국민의 생명이 흔들린다 의대는 표밭의 전리품이 아니다

- 30만과 85만의 의료권역, 상식과 원칙을 외면한 결정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 -

- 학생과 시민의 분노가 거리로 나오기 전에 이재명 정부가 공정성으로 답해야 한다 -

▲ 국립순천대학교 전경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의료는 국민의 생명이다. 그런데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둘러싼 최근의 흐름을 보면 교육과 의료가 정치의 계산기에 올라간 것은 아닌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와 대학병원은 선거 때 나눠주는 전리품도, 힘 있는 정치인이 자기 지역에 가져가는 지역개발 사업도 아니다.

 

여수·순천·광양 3개 시만 해도 약 69만 명이다. 곡성·구례·고흥·보성까지 포함한 동부권 7개 시군은 약 85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의료생활권이다. 여기에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 광양항 등 국가 핵심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산업재해와 대형 사고, 중증·응급환자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구 30만 명 안팎의 권역과 85만 명의 동부권 의료생활권을 놓고 어느 곳의 의료 수요가 더 큰가. 물론 인구만으로 의대 위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구와 의료 접근성, 산업재해 위험, 응급환자 이송시간, 기존 대학의 경쟁력과 미래 발전 가능성까지 종합한다면 답은 결코 어렵지 않다.

 

국립순천대학교는 전남에서 먼저 글로컬대학30에 선정돼 국가로부터 혁신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의 통합 협의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점에 특정 지역의 손을 미리 들어주는 듯한 정책 신호를 보낸다면 이는 공정한 조정이 아니라 정치적 개입이라는 의심을 자초하는 일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짓밟고 동부권 주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결정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동부권 의료혁신타운과 서부권 메디컬타운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순천의료원을 600병상 규모로 이전·신축하고 국립의대 수련·교육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의과대학 본부와 핵심 대학병원의 위치가 불분명한 채 ‘연계’와 ‘통합’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동부권의 의심과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

  

동부권은 국가로부터 또다시 외면받아도 침묵해야 하는 지역이 아니다. 이곳은 여수·순천 10·19사건이라는 깊은 역사적 상처를 안고 살아온 땅이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정부는 사건 발생 74년 만인 2022년에야 일부 희생자를 공식 결정했다. 국가가 이 지역에 또 다른 소외와 불신을 남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역사적 상처를 다시 헤집는 일이 될 수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기 전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평화적 집회와 항의가 현실화된다면 그 책임을 지역민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공정한 절차를 요구한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정치권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이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균형발전과 공정성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치적 영향력과 표 계산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판단을 흔든다면 정부가 말해 온 지역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의대는 정치인이 꽂는 깃발이 아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의료·교육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 검증을 거쳐 인구, 의료 수요, 산업구조, 접근성, 응급의료 여건을 공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결과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85만 동부권 주민은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다. 정부는 정치적 셈법을 멈추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교육을 정치가 삼키게 해서는 안 된다. 의료를 표밭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켜서도 안 된다.

 

정부가 끝내 상식과 원칙을 외면한다면 동부권 시민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분노와 갈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공정한 판단을 외면한 정부와 정치권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작성 2026.07.27 20:34 수정 2026.07.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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