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는 중증장애인 신분으로 한라산 백록담 등정에 성공했던 '왼발박사' 이범식 박사가 이번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인천 강화도까지 510㎞에 이르는 DMZ 평화의 길 종주에 나섰다. 그러나 대장정의 출발과 함께 길 안내 체계와 탐방로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평화의 길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보단(단장 최성덕)에 따르면 이범식 박사와 단원 24명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강원도 고성에서 강화도까지 이어지는 155마일(약 510㎞) DMZ 평화의 길 종주를 시작했다. 이 박사는 앞서 광화문에서 경산까지 460㎞, 광주에서 경주까지 400㎞를 완주한 데 이어 또 한 번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종주 첫 구간부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이어졌다. 갈림길마다 방향을 안내하는 표식이 부족했고, 일부 구간은 칡덩굴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길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나 이동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충분하지 않아 대원들은 나무에 묶인 리본 등을 의지해 이동해야 했다.
특히 강원도 인제와 고성을 잇는 소똥령과 진부령 일대에서는 평화의 길 안내 표식을 찾기 어려워 폭염 속에서 일부 구간을 되돌아가거나 길을 확인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도보단은 전했다.
최성덕 도보단장은 "평화의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안내체계가 미흡했다"며 "세계적인 평화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탐방객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기본적인 관리부터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보단 관계자들도 "탐방로 곳곳이 잡초와 칡덩굴로 뒤덮여 있어 걷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평화를 상징하는 길인 만큼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보단은 이번 종주를 앞두고 한국관광공사에 이범식 박사의 도전과 DMZ 평화의 길을 연계한 홍보 협조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보단 측은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애인 도전 사례를 평화관광 콘텐츠와 연계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종주 출발지인 강원도 고성군은 도보단 지원에 적극 나섰다. 고성군은 단원들에게 휴식 공간과 식사를 제공하고, 관광개발국장이 직접 일정 구간을 함께 걸으며 종주를 응원하는 등 현장 지원을 이어갔다.
도보단은 종주를 마친 뒤 전 구간의 탐방 환경과 시설 관리 실태를 정리한 백서를 발간해 관계기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탐방객 안전과 이용 편의 개선, DMZ 평화의 길의 지속적인 관리 방안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종주는 한 중증장애인의 도전을 넘어 분단의 상징인 DMZ를 평화와 희망의 공간으로 연결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보단은 남은 여정을 이어가며 평화의 길이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전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