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법인 대표님들이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문서, 정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설립 당시 법무사가 만들어준 표준 정관을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회사가 커지는 순간 이 문서 하나가 세금과 경영권의 향방을 가르게 됩니다.
정관은 서류가 아니라 기업의 헌법입니다
현장에서 대표님들을 만나 정관 이야기를 꺼내면 반응이 비슷하다.
"정관이요? 설립할 때 만든 거 그대로 있을 텐데요."
대한민국의 모든 법인은 설립과 동시에 정관을 갖게 된다. 문제는 많은 대표님들이 이를 법인 등기를 위한 형식적인 서류 정도로 여긴다는 점이다. 회사가 성장하기 전까지는 표준 정관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세무조사가 들어오는 순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정관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서로 돌변한다.
국가가 헌법을 토대로 운영되듯 주식회사는 정관을 토대로 운영된다.
이사회의 권한, 주주의 이익 배분, 임원의 보수, 회사의 해산까지 기업 활동의 모든 근거가 이 문서 안에 담겨 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표준 정관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 남의 몸에 맞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관의 기재 사항은 상법상 세 가지로 구분된다. 회사의 목적, 상호, 발행 주식 총수, 1주의 금액, 본점 소재지 등 누락되면 정관 자체가 무효가 되는 절대적 기재사항이 있고, 기재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대적 기재사항이 있다. 주식 양도 제한, 스톡옵션, 현물출자, 중간배당 근거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주주총회 소집 시기, 이사와 감사의 수, 임원 임기 같은 임의적 기재사항이 있다. 대표님의 경영 전략이 들어가는 구간은 바로 두 번째, 상대적 기재사항이다.
정관에 무엇을 담느냐가 경영 전략을 가릅니다
정관이 실제로 어떤 위력을 갖는지 세 가지 상황으로 살펴보자.
첫째, 경영권 방어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주주들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 주주가 급전이 필요해 자신의 지분을 경쟁사나 적대적인 제3자에게 넘긴다면 어떻게 될까. 정관에 "주식을 양도할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주식 양도 제한 규정 한 줄이 있다면 원치 않는 제3자의 주주 진입을 막을 수 있다. 이 조항이 없다면 주식은 자유롭게 양도되고 대표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둘째, 임원 보수와 절세다. 실제 세무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오랜 기간 회사를 키워온 대표이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더라도 정관이나 정관에서 위임한 퇴직급여 지급 규정이 없다면, 세법상 인정 한도를 초과한 금액이 손금불산입될 수 있다. 대표이사 개인에게는 상여 처분으로 소득세 부담까지 더해진다. 정관이나 관련 규정에 적법한 지급 기준이 마련돼 있었다면 퇴직급여 지급 가능 금액과 세법상 비용 인정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사례다. 상법과 세법은 임원의 보수·상여·퇴직금에 대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배당이다. 회사에 이익이 쌓여 주주들에게 중간 배당을 하고 싶어도 정관에 중간배당 규정이 없다면 실행할 수 없다. 정관 변경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미리 준비된 정관만이 적시에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준다.
정관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법인 설립 당시 만든 정관을 10년, 2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꺼내보지 않는 기업이 많다. 그 사이 상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고 세법은 더 복잡해졌으며 회사의 규모도 달라졌다. 과거의 정관으로 현재의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고 있는 것과 같다.
정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은 분명하다. 상법이나 세법이 개정되었을 때, 임원 보수 정책을 바꿀 때, 신규 투자를 받거나 사업 목적을 추가할 때, 그리고 가업 승계를 준비할 때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절차인 만큼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뤄서 얻는 것은 없다.
지금 당장 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과 정관을 꺼내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현재의 사업 내용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지, 임원 퇴직금 규정은 세법 한도 내에서 적절한지, 주식 양도 제한 같은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는지. 이 세 가지만 점검해도 회사의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보인다.
정관은 미리 준비된 기업과 나중에 후회하는 기업을 가르는 기준이다. 이익소각, 배당 정책, 가업 승계 등 앞으로 이 칼럼에서 다룰 대부분의 절세 전략도 결국 정관 정비에서 출발한다. 정관을 법적 요건을 채우는 서류가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는 방패이자 세금을 아끼는 전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추장호 경영컨설턴트 | 오너스 경영연구소]
前 신용평가사 기업분석 담당
유니스트(UNIST) 기술경영학
중소기업 재무·정부지원금 컨설팅 경력 다수
정부 인증·정책자금·세무 연계 종합 자문 경험 보유
※ 본 칼럼은 공개된 정책자금 안내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전문가 기고문입니다. 실제 정책자금 신청 및 대출 실행 여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심사 기준과 개별 사업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청 전 공단 공식 안내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