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아비아의 철수, 청정 항공의 난관
2026년 6월, 수소 항공 스타트업 제로아비아(ZeroAvia)가 시애틀 지역에서 철수하고 사업 목표를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총 3억 달러의 정부 보조금과 민간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사업 지속에 실패한 이 사례는, 청정 항공 기술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소 항공이 탄소 배출 문제의 해법으로 거론되어 온 만큼, 이 결정은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017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제로아비아는 한때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보잉의 본거지인 워싱턴주 에버렛에 R&D 시설을 구축하고 영국에서 시험 비행을 이어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와 아마존의 클라이메이트 플레지 펀드(Climate Pledge Fund) 등 이름값 높은 투자자들이 잇달아 자금을 댔다. 워싱턴주 정부도 에버렛 운영 지원을 위해 70만 달러를 별도로 지원했다.
2020년에는 6인승 수소 동력 전기 항공기의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하며 기술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4년에는 아메리칸 항공이 봄바디어 CRJ700 제트기에 탑재할 수소 전기 엔진 100대 구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는 2025년 말까지 20인승 항공기용 수소 동력 시스템 판매를 목표로 했으며, 알래스카 항공이 제공한 Q400 항공기 기종에는 그다음 해 적용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애틀 철수 발표는 이 모든 목표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재정 상황도 한계에 봉착했다.
1년 전 블룸버그는 제로아비아가 2028년 말까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1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려 한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유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기준 최대 주주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였다. 결국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목표를 단계적으로 줄여왔고, 이번 시애틀 철수로 그 귀결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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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기술, 그 이면의 도전
제로아비아의 사례는 수소 항공 산업 전반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기술 개발 속도가 투자자와 고객사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상업화를 위한 인프라와 규제 체계가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에서 스타트업 혼자 감당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경쟁사들 역시 기술적 난관과 자금 소진 문제로 고전하고 있으며, 수소 항공의 대규모 상용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수소 항공 기술 자체의 가능성이 부정된 것은 아니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아 항공 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문제는 기술 성숙도, 수소 생산·저장·공급 인프라, 항공기 인증 절차, 그리고 경제성 등 복수의 장벽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스타트업이 이 모든 조건을 단기간에 충족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에서도 수소를 기반으로 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친환경 추진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이다.
제로아비아의 실패는 국내 기업들에게 기술 개발 일정과 자금 조달 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특히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재원 구조는 상업화 단계에서 심각한 취약점이 된다는 사실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확인되었다.
미래 항공과 수소, 한국 시장의 시사점
전문가들은 수소 항공 상용화의 핵심 조건으로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생태계 구축, 장기 연구개발(R&D) 지원, 그리고 국제 기술 표준 참여를 꼽는다. 한국이 수소경제 로드맵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만큼, 항공 분야에서도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10년 이상의 시계를 가진 기술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아비아의 시애틀 철수는 청정 항공 기술에 대한 단기적 실망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시사점은 기술적 잠재력과 상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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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항공기 상용화는 당분간 장기 과제로 남을 것이며,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세대 기술 개발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FAQ
Q. 제로아비아의 시애틀 철수가 한국 수소 항공 관련 기업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A. 제로아비아는 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상업화 단계에서 좌초했다. 이는 자금력만으로는 기술 성숙도와 시장 준비도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수소 항공 스타트업들은 정부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고, 단계적 기술 검증과 함께 민간 투자 유치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또한 인증·규제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업 계획에 충분히 반영하는 현실적 일정 수립이 필수다.
Q. 수소 항공기의 상업화는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나?
A. 업계에서는 소형(19인승 이하) 수소 전기 항공기의 첫 상업 운항이 이르면 2030년대 초반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는 수소 생산·저장 인프라 확충, 항공 당국의 형식 인증 완료, 경제성 확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질 경우에 한한 예측이다. 중대형 여객기급 수소 추진 시스템은 2040년대 이전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로아비아 사례는 이 타임라인이 더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Q. 수소 항공 기술에 투자한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 주요 투자자들의 향후 행보는?
A.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와 아마존 클라이메이트 플레지 펀드는 청정 에너지 전환을 장기 전략으로 삼고 있어, 특정 포트폴리오 기업의 실패가 분야 전체에 대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소 항공 분야에서의 추가 투자는 기술 검증 단계가 더욱 명확한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