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사업 평가는 지출률이 아니라 달라진 생활을 증명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성과목표관리와 성과평가를 구분

집행률·참여자 수만으로 정책의 실질 성과를 단정할 수 없어

결과를 다음 예산과 사업 개선에 연결하는 설명책임 강조

[화담일보 = 화담일보기자] [화담일보] 예산이 통과되고 돈이 계획대로 집행되었다는 사실은 행정의 기본적인 책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정책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국가재정법은 성과목표관리와 성과평가를 통해 재정사업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출 규모가 큰 정책이든 작은 시범사업이든 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결국 사업의 결과다. 왜 이 사업에 세금을 썼고, 누구의 문제가 어느 정도 달라졌으며, 다음 예산은 어떤 근거로 결정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을 다 썼다는 지표의 함정】

 

예산 집행률은 행정 절차가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집행률이 높다는 것이 필요한 사업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뜻은 아니다. 서류상으로 집행을 완료했어도 대상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을 수 있고, 반대로 절감 노력으로 집행 규모가 작아졌어도 목적을 달성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특정 사업에 대한 사실 판정이 아니라 성과지표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이다. 성과를 평가하려면 정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대중교통 사업이라면 시설 공급과 이용자의 접근성이 서로 다른 지표이며, 교육 지원사업이라면 참석자 수와 학습 기회의 실제 변화는 같지 않다. 지표의 편의성과 정책의 목적을 혼동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법률이 정한 틀을 실제 질문으로 바꿔야】

 

국가재정법 제85조의2는 성과목표관리와 성과평가를 구분한다. 전자는 목표와 지표를 설정하고 집행 과정과 결과를 관리하는 것이며, 후자는 사업의 계획·집행·결과를 점검·분석·평가하는 것이다. 제도상 이러한 구분은 예산이 쓰인 이후에만 검증하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설 가능성을 준다. 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를 수치로 정하되 대상자의 조건, 시행 환경, 평가 시점을 함께 적어야 한다. 사전에 목표를 높게 잡고 나중에 보고서로만 조정한다면 지표는 책임을 확인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반대로 현실이 크게 달라졌는데 계획을 한 번도 수정하지 못한다면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 목표를 변경했다면 그 이유와 승인 절차가 함께 공개되어야 한다.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정책을 버릴 수는 없다】

 

모든 공공정책이 단기간에 숫자로 결과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구와 재난 대비, 장기 돌봄 인프라처럼 실패가 드러나지 않는 것 자체가 성과와 관련되는 분야도 있다. 단기 수치를 요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행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성과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검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업 특성에 따라 이용자의 경험, 인프라의 유지관리, 위험 감소를 추적하는 대체 지표를 설계하고 측정 한계를 공개해야 한다. 외부 요인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는지 판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책 효과를 사업의 집행 결과와 구분해 설명해야 국민은 예산 투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행정기관의 좋은 의도가 곧바로 객관적인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과 경쟁이 만드는 부작용도 살펴야】

 

관리자가 특정 지표 하나만 목표로 삼으면 그 지표에 맞는 행동이 늘 수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 수를 평가의 중심에 놓으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 모집이 쉬운 대상을 우선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만족도만 보고하면 불편을 제기한 이용자의 경험이 가려질 수 있다. 모든 이런 가능성이 특정 사업에서 실제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표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예상 가능한 왜곡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성과의 분포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혜택이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지원 접근이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작은 표본의 신원 노출 위험을 피하면서도 정책의 형평성을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관리하는 방법】

 

재정사업마다 정교한 외부 평가를 반복하는 것은 예산과 인력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소규모 사업의 경우 평가 비용이 사업 효과를 확인하는 편익보다 커질 수도 있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그래서 평가의 수준을 위험도와 정책의 중요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정형화된 단순 사업은 집행과 이용지표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규모가 크거나 효과에 논쟁이 있는 사업은 비교 가능한 자료를 더 확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행정 자료를 중복 입력하게 하지 말고 지표의 정의와 계산 방식을 통일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국회 역시 평가 자료에 없는 인과 효과를 정치적 성과로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 정확한 평가가 장문의 보고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질문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상자가 달라지면 성과의 정의도 달라진다】

 

같은 이름의 지원사업이라도 지원받는 사람의 조건이 다르면 효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비교적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집단과 복합적인 어려움을 가진 집단에 같은 목표 달성률을 요구하면 기관은 관리하기 쉬운 사람을 선호할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막으려면 대상과 지역, 지원 강도와 출발 조건을 평가표에 함께 남겨야 한다. 수혜자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업은 과정의 질과 접근성 개선도 별도 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질적 평가라는 말로 성과 설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실제 조사 설계와 질문, 확인 범위를 제시해야 한다. 지표는 정책의 목적에 종속되어야 하며 정해진 지표를 높이기 위해 정책 목적을 바꿔서는 안 된다. 데이터에서 제외된 시민이 누구인지 묻는 일도 책임 있는 예산평가의 일부다.

 

【실패한 사업을 설명하는 방식이 다음 정책을 결정한다】

 

사업을 정리할 때 '목표 미달'이라는 한 줄이 남는다면 그 사업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목표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았는지, 신청 경로가 불편했는지, 운영기관의 협력이 부족했는지, 외부 경제 상황이 달라졌는지를 분리해야 한다. 특정 원인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 추정과 확인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평가를 책임 추궁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면 실무자는 불리한 결과를 숨기려 할 수 있고, 반대로 실패를 학습이라고만 부르면 개선 없는 지출이 반복될 수 있다. 공개 가능한 사례 분석과 후속 조치의 이행 기록을 함께 남기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회는 제도와 재원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행정기관은 다음 계획에서 실제 바뀐 항목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과관리는 과거를 꾸미는 보고서가 아니라 다음 사업의 가정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책평가에서 숫자의 출처를 분명히 하는 것은 비용이 적게 드는 개선 중 하나다. 만족도 조사를 했다고 적었다면 조사 대상과 조사 기간, 질문의 구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변화율을 발표했다면 비교 시점과 분모가 같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 수행기관이 스스로 수집한 성과는 유용한 운영자료일 수 있으나 독립적인 평가 결과와 동일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외부 검증이 항상 정답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정책은 여러 종류의 근거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지만 사실에 맞는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용 대비 편익을 설명할 때도 계량할 수 없는 가치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다음 예산 편성에 반영됐는지가 마지막 검증】

 

성과평가가 의미 있으려면 그 결과가 다음 선택에 연결되어야 한다. 잘된 사업은 이유를 확인해 확대할 수 있고, 부족한 사업은 목표와 방식을 바꿀 수 있으며, 필요성이 사라진 사업은 종료를 검토할 수도 있다. 다만 결과가 나쁜 사업이 더 어려운 집단을 지원했기 때문인지 살펴야 한다. 성과만 보고 취약한 대상에 대한 지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은 공정한 예산운용이 아니다. 정부는 사업별 지출·성과·한계·후속 조치를 연결해 공개하고, 국회는 수치의 기준과 근거를 따져야 한다. 시민도 예산이 늘었다는 소식에 그치지 않고 달라진 생활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의 책임은 돈을 쓴 뒤 서류를 맞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근거를 남기는 데서 완성된다.

작성 2026.10.15 23:45 수정 2026.10.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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