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이은재기자] 판매되지 않은 재고도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 IAS 2(국내 K-IFRS 제1002호)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의 일반 원칙은 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을 적용하는 것이다. 판매로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에서 필요한 비용을 뺀 값이 원가보다 낮다면, 실제 판매 전이라도 재고의 장부금액을 낮추고 평가손실을 반영한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게시된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6년 재무제표에 대한 중점심사 회계이슈 사전예고’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월 재고자산 평가손실 인식의 적정성을 2026년 재무제표 중점심사 회계이슈 4가지 중 하나로 사전예고했다. 보도자료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시장환경을 반영해 신뢰성 있는 증거에 기초하여 재고의 순실현가능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금감원은 2026년 재무제표가 확정된 이후인 2027년 중,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속한 상장회사 가운데 재고자산 비중과 평가손실 인식 현황 등을 고려해 심사대상 회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재고 평가의 핵심 개념은 ‘순실현가능가치’다. IFRS 재단이 공개한 IAS 2 개요에 따르면,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추정되는 판매가격에서 제품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추정 원가와 판매에 필요한 추정 원가를 차감한 금액을 뜻한다. 상품에 표시된 가격이나 예상 판매대금 전체를 그대로 재고의 가치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계산한 금액과 원가 중 낮은 금액을 적용하는 방법을 저가법이라고 하며, 저가법은 원칙적으로 재고 항목별로 적용한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기업이 원가 1만 원인 상품 한 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예상 판매가격은 9천 원이고 판매에 필요한 비용은 1천 원이다. 완성에 필요한 추가 원가가 없다면 순실현가능가치는 8천 원이다. 이전에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장부금액을 1만 원에서 8천 원으로 낮추고 차액인 2천 원을 평가손실로 인식한다.
IAS 2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손실은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 해당 기간의 세전이익은 감소한다. 다만 평가손실을 인식하는 시점에 같은 금액의 현금이 새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보유 자산의 장부금액을 조정하는 회계처리와 실제 현금 유출은 구분해야 한다.
재고자산의 증가와 평가손실의 발생도 같은 의미는 아니다. 판매 확대나 성수기에 대비한 물량 확보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은 서로 다른 상황이다. 재고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재고가 줄었다고 해서 판매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재고의 장부금액은 판매뿐 아니라 평가손실의 반영으로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의 가치 하락을 초래한 상황이 해소되거나 순실현가능가치가 상승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앞서 인식한 평가손실을 일부 또는 전부 되돌리는 환입이 이뤄질 수 있다. 이때 장부금액은 평가손실을 반영하기 전의 원가를 초과할 수 없다.
기업의 재고를 살펴볼 때는 재무상태표에 표시된 잔액과 함께 재무제표 주석의 세부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종류의 재고가 변했는지, 평가손실이 반영됐는지, 어떤 평가 방법을 사용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고, 재고는 가능하면 전년 같은 시점의 잔액과 비교하면 영업 규모의 변화와 계절적 요인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중점심사 항목은 재고의 규모 자체보다 평가손실이 적정하게 반영됐는지에 초점을 둔다. 재고자산을 통해 기업의 실적을 이해하려면 재고 잔액의 증감에 더해 평가에 사용한 근거와 손실 반영 내역을 함께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