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승 의원, 기술탈취로 넘어간 뒤 조정이 아니라 넘어가기 전 보호해야

- 중기부 국감서 공동개발 ‘책임 조항 표준계약’ M&A 실사 ‘클린팀’도입 촉구 -

- 기술탈취 피해 연 589건·건당 23억 원, 조정 성립률 22% 민사 승소율 32.9% -

- 증거개시제 시행(2028.2)까지 2년 공백…을지로위 토론회 참석 피해기업 2곳 사례로 제도 공백 지적 -

[투데이타임즈 유규상 기자]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매년 수백 건 발생하지만, 기술이 넘어간 뒤의 조정과 소송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기술을 보여준 중소기업이 침해를 입증해야 하고, 대기업은 침묵해도 되는 구조를 바꾸려면 기술이 넘어가기 전 단계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 더불어민주당, 산자중기위)은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기술탈취 피해 현황을 짚고, 공동개발 단계의 표준계약과 M&A 실사 단계의 클린팀 등 '사전 보호' 두 가지 장치의 도입을 이소영 장관에게 요구했다. 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활동의 하나로 지난 9월 16일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청취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날 국감에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기업 두 곳의 사례를 실명으로 제시했다.



중기부 기술보호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는 연 589건, 건당 피해액은 2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술분쟁 조정 성립률은 22%, 민사소송 승소율은 32.9%에 그친다. 조정은 상대 기업이 거부하면 그대로 끝나고, 소송은 침해를 입증할 증거가 상대 기업 안에 있어 중소기업이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할 증거개시제도는 2028년 2월에야 시행돼 2년 가까운 공백이 남아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중기부가 아기유니콘으로 선정한 씨지아이다. 삼성전자와 4년간 방열부품을 공동개발한 이 회사는 한화 측이 인수 의향을 밝히며 기술자료를 요구하자 공정조건과 수율 노하우까지 공개했으나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한화가 같은 사업을 시작하자 씨지아이는 기술 모방을 주장하고 있고, 한화는 독자 개발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자료는 전부 대기업 안에 있다. 씨지아이가 올해 2월 중기부에 행정조사를 신청했지만 8개월째 "비교 분석 중"이며 현장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작년 국감에서 증인까지 채택된 공적 사안인 만큼 국감 종료 전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완료 시점을 날짜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사례는 직원 10명 규모의 대전 소재 아리스트다. 대형 교육출판사와 7억 원 규모의 AI디지털교과서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수학 지식맵과 API를 제공했으나, 이후 아리스트는 배제된 채 기술 구조만 반영됐다는 것이 협력사 측 설명이다. 출판사는 "침해 내용을 특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상대 서버를 들여다볼 수 없는 중소기업은 특정도, 신고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박 의원은 상생협력법 제21조의2가 위탁기업에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아리스트 건에 해당 계약이 있었는지 중기부가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현행 법정 계약 내용에는 ▲거래가 깨졌을 때 자료를 폐기했다는 증빙 ▲독자개발을 주장할 때 개발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빠져 있다며, 이 두 조항을 표준계약에 담고 공동개발·투자 검토처럼 위탁 관계가 아닌 거래에도 적용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거래 기회를 묶는 전속조항은 넣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M&A 실사 단계의 장치로는 '클린팀' 도입을 제안했다. 인수 희망기업이 핵심 기술자료를 직접 열람하는 대신 독립된 전문기관이 원자료를 확인·검증하고, 기술의 존재·성능·사업화 가능성 등 검증 결과만 인수 희망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술자료를 열기 전에 누가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디까지 쓸 수 있으며 거래가 깨지면 무엇을 지워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고, 재현 가능한 핵심 노하우는 최종 계약 체결 이후에만 이전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재단법인 경청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제12조의2(클린팀 지원)를 신설해 중기부가 전문가·전문기관을 지정·연계하고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조문안을 제안했으며, 의원실이 이를 검토 중이다.

 

박 의원은 표준계약은 기술자료를 열었을 때 해서는 안 될 일을 정하는 장치이고, 클린팀은 상대가 기술자료를 직접 열지 않고도 안의 기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장치로, 공동개발과 M&A 실사에 각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장치에 대한 중기부 검토 의견을 11월 중 제출하고, 클린팀 시범사업을 2027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작년 국감에서 제안돼 전임 장관이 적극 검토를 약속한 '조정 불응 기업의 정부사업 참여 제한'도 함께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이소영 장관은 표준계약과 클린팀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희승 의원은 "'모두의 창업'으로 창업의 열기가 오르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기술기업이 기술을 지키고 성공해 기술강국의 다음 주역이 되는 것이 모두의 창업이 맺어야 할 결실이다. 상생은 기술보호 위에서 작동해야 하고, 기술보호는 기술이 넘어간 뒤가 아니라 넘어가기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 기준을 중기부가 세워 달라"고 밝혔다.

작성 2026.10.08 18:04 수정 2026.10.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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