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입원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의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야간 의료진 미배치와 장기간 격리, 의사 지시 없는 격리·강박 등 환자 보호·관리상의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해당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감금·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도 격리·강박 절차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6개월 동안 환자 4명 사망
인권위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입원환자 4명이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당일 또는 사흘 뒤 숨졌다.
치매 환자는 지난 1월 보호실에 격리된 상태에서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병원 전체에 의료진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적장애가 있는 환자는 다른 환자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다는 이유로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서 325일 동안 혼자 생활했다. 지난 2월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조현병 환자도 지난 3월 의료인이 배치되지 않은 야간에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사망했다.
알코올의존증후군 환자는 지난 6월 병동에서 컵라면을 먹던 중 호흡곤란에 빠졌다. 당시 같은 병동의 다른 환자가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 처치 등을 실시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흘 뒤 숨졌다.
인권위는 환자들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당시 의료진이 없거나 적절한 관찰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병원 측의 안전보호와 주의의무 소홀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325일 잠긴 병실…또 다른 환자는 200일 격리
장기간 격리 문제도 확인됐다.
사망한 지적장애 환자가 325일 동안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서 혼자 생활한 것과 별도로, 자폐성 장애가 있는 다른 환자는 다른 환자의 커피를 훔친다는 이유로 200일 동안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 격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나 격리·강박 사유 등에 관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치료·보호 목적이 없는 장기간 격리와 진료기록 미작성 등을 감금 및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장기간 격리와 관련해 관계자를 감금 혐의로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의료진 없이 격리·강박
환자 격리와 강박 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병원장은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와 보호사에게 환자의 격리·강박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 없이 이뤄진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사 지시 없이 환자를 임의로 격리·강박한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도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환자의 신체를 제압하는 과정에 다른 입원환자의 물리력을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환자들의 외부 통신 역시 제한됐다. 8개 폐쇄병동 가운데 공중전화가 설치된 곳은 4곳뿐이었고 휴대전화 소지는 전면 금지됐다. 전화 사용도 정해진 요일에 일주일에 한 번만 가능했다.
인권위는 이를 「정신건강복지법」 위반이자 헌법상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판단해 시정을 권고했다.
환자 사망 시기에도 인력기준 위반 등 시정명령
문제는 인권위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올해 3월과 4월 모두 세 차례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에는 정신의료기관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를 충족하지 못한 문제와 환자 폭력행위 예방을 위한 게시물을 게시하지 않은 문제로 각각 시정명령을 받았다. 3월에는 의료기관 회계자료 미제출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2024년 11월에도 정신의료기관 전문의 수 미충족으로 관할 보건소의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3~4월 행정처분 시기는 병원에서 환자 사망이 잇따라 발생했던 시기와 겹친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 병원은 143병상에 연평균 입원환자가 103명이었지만 의사 2명,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4명, 임상심리사 1명 등을 포함한 종사자는 20명으로 집계됐다.
인권위 고발 이어 경찰도 압수수색
인권위는 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감금·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관할 보건소장에게 영업정지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정신의료기관의 부당한 격리·강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의 장기간 격리를 감금 혐의로 고발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해 영업정지·개설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검토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기관도 움직였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인권위 발표와 같은 날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앞서 사망 환자 유가족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의 고발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병원장과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혐의와 책임 여부는 향후 수사와 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다만 6개월 사이 환자 4명이 숨졌고, 그 기간 병원의 인력기준 위반 등에 대한 행정처분이 있었으며, 인권위 조사에서는 야간 의료진 미배치와 장기간 격리·강박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향후 수사와 함께 관할 행정기관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안전을 점검하는 현행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자료출처: 국가인권위원회 2026년 10월 6일 보도자료, 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연합뉴스 보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