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작귀’ 치이카와, 왜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일까?

영화 흥행부터 굿즈 오픈런까지, 캐릭터를 넘어 콘텐츠 IP로

귀여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치이카와의 인기 비결

현실적인 세계관과 SNS 확산이 만든 치이카와의 인기

[화담일보=박정현기자] 귀여움 뒤에 숨은 생존 이야기…치이카와가 극장가를 움직인 이유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가 영화와 굿즈, 온라인 콘텐츠를 넘나들며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올해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영화관에는 작품을 보기 위한 관객뿐 아니라 한정 굿즈를 받으려는 팬들까지 몰리면서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사진=CJ ENM 제공]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 스틸컷

치이카와의 인기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의 인지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작은 몸집의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세계에는 노동과 경쟁, 불안,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여기에 짧은 대사와 직관적인 표정, 적극적인 캐릭터 상품화가 더해지면서 국내외 팬들이 캐릭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영화 흥행으로 확인된 치이카와의 팬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개봉 첫날인 지난달 30일 12만2392명의 관객을 모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높은 오프닝 관객 수다.

흥행 성적은 기존 인기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토이 스토리 5’, ‘슈퍼 마리오 갤럭시’, ‘명탐정 코난: 하이웨이의 타천사’ 등의 개봉 첫날 기록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오프닝 성적도 앞섰다.

영화는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높은 보상을 약속받고 미지의 인어섬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우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섬에 숨겨진 비밀과 위험한 토벌 임무가 자리한다.

 

영화 개봉을 계기로 치이카와 팬덤의 소비 방식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일부 관객은 상영 자체뿐 아니라 관람객에게 제공되는 기념상품을 얻기 위해 영화관 개장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한정 굿즈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는 사례도 나타났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현실적인 세계

 

치이카와의 독특한 매력은 외형과 세계관 사이의 간극에서 찾을 수 있다.

‘먼작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치이카와는 일본 작가 나가노의 작품에서 출발했다. 작은 몸과 둥근 얼굴을 가진 캐릭터들은 얼핏 단순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풀을 뽑거나 스티커를 붙이고, 더 높은 보수를 얻기 위해 위험한 토벌에 참여하기도 한다.

자격증을 얻기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일을 구하는 과정에서 좌절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캐릭터들이 겪는 고민은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치이카와의 세계는 단순한 귀여운 캐릭터물과 다른 결을 가진다. 귀여운 외형 뒤에 노동과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소재가 놓이면서 캐릭터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치이카와의 세계를 불안정한 시대의 현실과 연결해 분석하며, 등장인물들이 일용직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긱 이코노미’에 빗대기도 했다.

 

짧은 말과 표정으로 국경을 넘은 캐릭터

 

치이카와의 또 다른 특징은 언어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다.

치이카와와 우사기 등 주요 캐릭터는 긴 대사 대신 짧은 소리나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말보다 표정과 행동이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캐릭터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SNS 환경과도 잘 맞는다. 짧은 장면이나 한 컷의 이미지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자체가 온라인에서 일종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작품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었다.

특히 SNS에서는 작품 전체의 서사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특정 장면이나 캐릭터의 행동만으로 팬이 될 수 있다. 치이카와가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캐릭터를 ‘보는 것’에서 ‘소유하는 것’으로

 

치이카와의 인기는 콘텐츠 소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과 협업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팬들이 일상에서 캐릭터를 접할 수 있는 접점도 확대됐다.

인형과 문구류는 물론 의류, 생활용품, 브랜드 협업 상품 등으로 상품군이 넓어졌다.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21일까지 치이카와 검색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치이카와 폰케이스’ 검색량은 4275%, ‘치이카와 키링’은 377% 늘었다.

한정 상품 역시 팬덤의 적극적인 소비를 이끄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역이나 판매처에 따라 다른 상품이 출시되면서 일부 팬들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식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화 개봉을 전후해서는 서울 용산의 치이카와 공식 매장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행렬이 이어졌으며, 영화관에서도 캐릭터 상품과 관람객 증정품을 확보하려는 관객들이 몰렸다.

 

하나의 캐릭터에서 확장되는 콘텐츠 IP

 

치이카와의 사례는 캐릭터의 인기가 하나의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여러 산업과 소비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가 알려지고, 영화가 새로운 관객을 유입한다. 이후 음악방송과 온라인 챌린지, 굿즈 등으로 콘텐츠 경험이 다시 확장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Mnet ‘엠카운트다운’ 스페셜 스테이지에 등장해 OST에 맞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릴레이 댄스와 콜라보레이션 챌린지 등 아이돌 콘텐츠의 형식을 활용한 영상도 공개됐다.

이는 캐릭터가 더 이상 작품 속 등장인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자산이 되고, 영화·음악·SNS·상품 등 서로 다른 플랫폼을 오가며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치이카와의 흥행은 결국 ‘귀여운 캐릭터’라는 한 가지 요소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세계관, 언어의 장벽을 낮춘 표현 방식, SNS를 통한 확산, 적극적인 IP 상품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팬덤을 확대했다.

영화의 흥행 역시 이러한 기존 팬덤과 콘텐츠 확장 전략이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치이카와가 앞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넘어 어떤 형태의 콘텐츠와 상품으로 영역을 넓혀갈지 주목된다.

작성 2026.10.07 18:00 수정 2026.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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