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 지붕 태양광을 처음 알아보는 경영자들은 대개 공사 기간부터 묻는다. 패널을 올리고 전선을 연결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을 진행해 본 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공사 자체보다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그리고 공사를 마친 뒤 실제로 전기를 보내기까지가 훨씬 길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 공사는 짧고, 절차는 길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올려 전기를 생산하기까지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사업성 검토에서 시작해 발전사업 허가와 각종 인허가, 한국전력 계통 접속 신청, 공사계획 신고, 시공, 사용 전 검사를 거쳐야 비로소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막히면 전체 일정이 함께 멈춘다. 서류 하나가 반려되거나, 지붕 구조가 설비 하중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보완 요구가 이어지면 계획했던 일정은 순식간에 밀린다.

| 가장 큰 변수는 '전력망'
그중에서도 업계가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것은 전력망이다.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계통 접속과 입지 갈등, 출력제어 문제가 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발전소를 다 지어놓고도 전기를 보낼 길이 없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와 한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계통 용량을 확보해 놓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이른바 '미추진 사업'을 점검하는 기준 기간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묶여 있던 접속 용량을 회수해 대기 중인 사업자에게 돌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수된 용량은 한정돼 있어 인허가를 마친 '준비된 사업자' 위주로 순차 배분되는 만큼, 미리 대비해 둔 쪽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력제어에 대비한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낮 시간대 태양광 과다 출력으로 인한 전력망 문제를 막기 위해 원격제어 의무 대상을 90㎾에서 50㎾ 이상으로 넓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붕 태양광이라도 규모에 따라 이런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 지역마다, 공장마다 다른 '대기 시간'
전력망 여건은 지역마다, 공장이 연결된 변전소와 선로마다 다르다. 같은 산업단지 안에서도 어떤 공장은 순조롭게 접속되고, 어떤 공장은 보강 공사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태양광 사업의 일정은 계약서에 적힌 날짜보다, 사업 초기에 우리 공장의 전력망 여건을 얼마나 정확히 확인했느냐에 달려 있다.
설치 업체의 "몇 달이면 끝난다"는 말만 믿고 시작했다가, 융자 일정이나 지원 사업 기한을 놓치는 일도 생긴다. 앞선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정부 지원은 착수 시점과 신청 시기, 예산 소진 여부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절차가 멈추는 시간은 곧 비용이 된다.
태양광 사업에서 정말 중요한 일은 지붕 위가 아니라 서류와 전력망 위에서 벌어진다. 공사를 서두르기 전에, 멈출 수 있는 곳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이 기사는 중소기업연구개발지원협회와 함께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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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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