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다”… 준비 없는 은퇴, 막막한 60대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나이 49.3세… 숙련 노하우 썩히는 사회적 손실 자영업·단기 재취업도 난항… “지속 가능한 일자리 및 제도 개선 절실”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한 정 모(61) 씨는 요즘 매일 아침 노트북 앞에 앉아 구직 사이트를 헤맨다. 30년 넘게 금융권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무색하게, 그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연령 제한” 또는 “채용 마감”뿐이다. 정 씨는 “몸도 건강하고 아직 얼마든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데, 퇴직 도장을 찍는 순간 사회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며 씁쓸함을 털어놨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에서 퇴직 후 ‘설 자리’를 잃은 60대 장년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대수명은 80세를 뛰어넘어 늘어난 반면, 실제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나이는 50대 안팎에 머물러 있어 은퇴 이후 삶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50대 초반에 끊기는 주된 일자리… 준비할 겨를 없는 은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두는 평균 연령은 49.3세로 집계됐다. 법정 정년은 60세로 규정되어 있으나, 권고사직, 명예퇴직, 사업 부진 등 다양한 사유로 대다수 직장인이 정년을 채우지 못한 채 야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은 가혹하다. 자녀 지원이나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은퇴를 맞이하다 보니, 재취업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일자리는 경비, 청소, 단순 노무 등 기존 경력과 무관한 저임금·단기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 숙련된 인적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소모되는 ‘사회적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자영업 몰림과 격화되는 생존 경쟁
재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퇴직자들은 창업이나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 조사나 전문성 없이 뛰어든 프랜차이즈, 요식업 창업은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은퇴자들의 자영업 진입은 생계형 선택인 경우가 많아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다”며 “결국 노후 자산마저 탕진하고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 “단순 시혜성 일자리 넘어 체계적 재도약 발판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개별 개인의 노후 대비 실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단순 노무 중심의 공공일자리 공급을 넘어 퇴직자의 이전 경력과 직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재취업 매칭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한다. 아울러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기업이 중장년 인력을 계속 채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삶의 의지와 노동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시혜가 아닌,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설 자리’다. 노년의 노동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닌, 삶의 보람이자 사회적 기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