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내 성격점수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말한 문장 몇 개, 회의에서 했던 발언, 이메일과 대화 기록을 AI가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도 빠르게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2026년 International Journal of Selection and Assess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363명이 참여한 온라인 평가센터 집단토론을 분석해 대규모 언어모델이 Big Five 성격특성과 나르시시즘, 지능 등을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는지 살폈다.
LLM의 추론은 여러 특성에서 우연보다 높은 타당도를 보였지만 강도는 대체로 낮거나 제한적이었다. 연구진 역시 낮은 변별타당도, 성별과 관련된 불리한 영향, 입력자료에 따른 차이 때문에 이를 독립적인 선발도구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정확도보다 비용이다.
사람이 성격검사를 시행하려면 질문지를 만들고 응답을 받고 채점해야 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와 대화에서 추가적인 심리적 특성을 거의 자동으로 추론할 수 있다.
추론의 정확성이 조금만 개선되어도 엄청난 규모의 프로파일링이 가능해질 수 있다.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1011명의 짧은 자기소개 글만 이용해 GPT-4가 30개의 심리적 특성을 예측했다. 모델의 예측은 참가자의 자기보고와 유의하게 관련됐으며 인간 평가자보다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동시에 대규모 심리 프로파일링에 따르는 윤리적 위험을 지적했다.
여기서 개인정보 논의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어떤 정보를 AI에게 제공했는가”를 걱정했다.
앞으로 더 어려운 문제는 “제공하지 않은 무엇을 AI가 추론했는가”가 될 수 있다.
나는 내 나이를 입력하지 않았지만 AI가 짐작한다.
정치성향을 말하지 않았지만 추정한다.
성격검사를 하지 않았지만 성격점수를 만든다.
정신건강 상태를 밝히지 않았는데 취약성을 분류한다.
원자료는 평범한 대화일 수 있지만 그 위에서 만들어진 추론은 매우 민감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추론에는 이상한 특성이 하나 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가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사생활 보호 동의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대화데이터 수집에 동의했다는 것이 그 데이터로 직원의 정서 안정성이나 지원자의 성격을 추론하는 데까지 동의했다는 뜻인지 별도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단위가 드러난다.
데이터만 관리해서는 부족하다.
데이터에서 무엇을 추론할 수 있는지, 그 추론을 어느 의사결정에 사용할 것인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에 대한 추론은 더 싸지고 빨라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희소해지는 것은 정보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이 자신에 관한 해석에 다시 말할 수 있는 자리다.
AI가 사람을 더 잘 읽게 되는 시대라면, 그 자리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